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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국면 진입 인니 사태 현지표정/폭발력 안은채 겉으론 “평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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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국면 진입 인니 사태 현지표정/폭발력 안은채 겉으론 “평온”

입력
1996.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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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장갑차 철수­루피화 가치·주식시장 안정/1급 경계령 여전 메가와티 재소환 여부에 촉각인도네시아 야당지도자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여사가 5일 경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그의 변호인단이 대신 경찰에 출두한 가운데 지난달 27일 반정부 시위 이후 자카르타시 요소요소에 포진해 있던 장갑차들이 철수, 일촉즉발의 인도네시아 사태는 일단 소강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이날 상오 11시께 자카르타 시경찰국에 출두한 메가와티의 변호인들은 이곳에 모여 있던 100여명의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일절 응답하지 않은 채 5층 건물안으로 들어가 1시간 가량 경찰 관계자들을 만났다.

변호인들은 경찰국에서 나와 경찰이 메가와티를 언제 다시 소환할 지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현지 소식통들은 메가와티에게 조만간 다시 소환장이 발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구금을 전제로 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사태는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이들은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군부가 시위나 소요 사태에 엄중 대처하겠다고 밝힌 후 자카르타 시내는 표면적으로는 평온을 되찾은 분위기이다. 2일 이후 시위가 사라짐에 따라 자카르타 시내 주요 지점에 투입됐던 장갑차들이 4일밤부터 철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 일원에 내려졌던 1급 경계령은 해제되지 않고 계속 발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외교관들은 정부가 일단 사태를 확고히 장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불만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메가와티에게 초강경 수단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를 순교자로 만들 경우 재야세력의 상징적 기수로서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메가와티가 좌익 불순분자들에게 이용당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그에게 정치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루피화 가치는 안정돼 있고 주식시장 역시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으나 사소한 정국변화와 각종 뜬 소문에도 쉽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자카르타·방콕 외신="종합">

◎위기의 인니 향후정국 시나리오/야 결집 실패로 사태 일단 잠복/수하르토 자발 퇴진·직선 개헌/궁지에 몰린 군부 쿠데타 감행/시민봉기 폭발·내전비화 우려

인도네시아의 최근 정정 불안은 대권도전 가능성이 있는 야당 지도자의 싹을 아예 자르려는 집권세력의 무리수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집권세력내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정권말기적 징후로 해석된다. 그러나 수하르토 대통령의 강력한 카리스마, 사회전반에 뿌리를 내린 군부, 조직화하지 못한 야당세력 등은 섣부른 정국 전망을 주저케하는 요인이다. 인도네시아의 향후 정국을 몇갈래로 짚어본다.

◇현상유지=반정부 세력이 효과적으로 결집되지 못해 현재의 불안 국면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사태가 일단 잠복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유지는 잠정적일 수 밖에 없다. 내년 5월28일로 예정된 총선거가 집권세력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내년 총선에는 선거연령 인하에 따라 2,000여만명의 젊은 유권자층이 등장, 집권당을 위협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광요(리관유)스타일=현재의 정정불안이 악화·확산됨에 따라 수하르토 대통령이 이광요 전싱가포르 총리 처럼 자발적으로 2선으로 퇴진하는 경우이다. 총선전 퇴진할 경우에는 국민협의회(MPR)의 간접선거로 새 대통령이 선출되는데 친수하르토 인사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 확실시 된다. 현재 MPR의 총 1,000석 중 748석을 집권 골카르당 및 친여당 지역대표, 군부 인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이후에 수하르토가 98년 3월10일로 예정된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개헌을 선언할 수 있다. 개헌안에는 대통령 직선,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 축소, 경제적으로 소외된 회교계(총인구의 85%) 우대정책 등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우든 수하르토는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지만 군부 설득의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12·12 스타일=군부가 쿠데타를 감행하는 경우이다. 시민들이 군부의 정치참여를 보장한 헌법조항 폐기와 경제 불개입을 주장하고 이에 기득권 박탈위기에 몰린 군부가 극단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군부가 수하르토를 축출한 가운데 군정을 수립, 시민봉기를 무력진압한다면 인도네시아는 국제적 비난, 외국자본 탈출 등 침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마르코스 스타일=수하르토가 기존 노선을 고수, 국민적 불만이 누적될 경우 폭발적인 시민봉기로 연결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권을 전복한 86년의 필리핀 민중혁명이 재연되는 경우이다. 1만3,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지리적 환경과 군부의 강력한 기반을 고려할 때 이는 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높은 최악의 시나리오이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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