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중국 연길(옌지)의 북한식당에서 실종됐던 소설가 김하기씨가 북한에 억류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김씨의 실종을 두고 납북, 월북 또는 중국인 강도에 의한 납치 등 여러가지 추측을 해 왔으나 북한이 「불법입국」의 동기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귀순이나 월북이 아니고 만취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또는 꾐에 빠져 입북한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북한은 인도적 견지에서 강영훈적십자사총재의 송환요구에 응해야 한다.올해 1월 민족통일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에 의하면 54년 휴전 이후 북한이 강제납치해 간 인원은 어부, 항공기승객·승무원, 해군사병 등 3천7백38명이며 현재 87년 1월 납북된 동진호 27호 선원 12명 등 4백42명을 억류중에 있다. 납북자중 3천2백96명의 어부들만 돌려보냈을 뿐이다. 도대체 해외에서 고상문교사, 재미유학생 이재환씨, 그리고 작년 연길에서 안승운 목사 등을 납치한 후 강제 기자회견을 통해 의거월북이라고 허위 발표케 했던 것. 강제납치가 밝혀질 것을 우려, 억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씨를 불법 입국이라고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작년 납북―송환한 86우성호 선원들의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 북한은 쌀지원협상직전 총격속에 납치한 선원들을 영해침범이라고 한 후 2차 쌀협상이 결렬되자 「법에 의한 엄벌」 운운했다가 대외관계를 고려하여 유해와 선원을 송환했던 것이다.
북한이 작년 잇단 탈북에 대한 대응조치로 안목사를 납치, 월북으로 둔갑시킨 것과는 달리 김씨를 불법 입국―조사중이라고 한 것은 장차 송환내지 강제퇴거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그가 부림사건으로 8년간 복역했고 89년 미전향 장기수의 고통과 좌절을 그린 「살아있는 무덤」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제1회 임수경 통일문학상을 수상하는등 이른바 운동권 출신의 작가임을 고려했을 듯하다.
북한으로서는 미전향 장기수의 송환을 요구중이고 또 연례적인 8·15대남교란·선동공작인 제7차 범민족대회와 오는 가을 남한당국과 기업등 4백여명을 초청하는 나진·선봉특구설명회를 감안하는 한편 특히 이 사건으로 혹시나 껄끄러워질 대중국 관계도 고려했을 게 분명하다.
어쨌든 그동안 남한이 표류중이거나 홍수에 떠내려 온 어부와 사병들을 인도적 견지에서 전원 송환한만큼 북한은 김씨를 즉각 송환해야 하며 안목사를 비롯, 억류중인 어부 승무원 사병 교사등을 빠짐없이 조속히 돌려 보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안전의 무방비 지대인 중국 동북부 일대에 대한 국내인들의 무분별한 여행 행태를 막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중국당국에 확고한 안전대책을 세우도록 촉구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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