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 5단계 분류 죄질 차별화/쿠데타·부정축재 “준엄한 경고”/노씨 직선대통령·비자금 사죄 감안 완화/대법 최종판결 내년 4∼5월 내려질듯12·12 및 5·18사건 주임검사인 김상희 부장검사는 5일 피고인 16명의 구형배경을 설명하면서 『구형을 통해 피고인들의 죄질을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즉 원칙적으로 작량감경없이 법정형 범위내에서 구형하되 피고인별로 범행가담경위, 사안의 경중, 범행과정의 기여도, 법정태도 등 다양한 양형자료를 따져 최고 사형에서 최저 징역 10년의 5단계로 구형량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기준에 따라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구형은 검찰 내부에서 별다른 이견없이 일찌감치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피고인이 12·12와 5·18의 전과정에서 군사반란과 내란의 수괴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상징성과 쿠데타에 대한 준엄한 경고, 5·18희생자들에 대한 정서등 다양한 변수를 감한할 때 법정최고형인 사형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임중 「정의사회구현」을 국정지표로 삼아 청렴성을 강조하면서 뒷전에서 43개업체로부터 2천2백23억원의 뇌물을 받은 도덕적 이중성과 아직도 1천4백여억원의 비자금을 은닉한 채 『찾을테면 찾아보라』고 버티고있는 점등이 정상참작여지를 없앴다고 할 수 있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경우 재임시 받은 뇌물을 퇴임후에도 은닉하고 있었던 점과 전씨와 함께 쿠데타의 최대수혜자였다는 점등으로 한때 사형구형이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씨와는 달리 법률적으로 형량을 줄일 수 있는 사유가 있는데다 내란 및 반란의 전과정에서 2인자의 위치에 있었던 점을 고려, 전씨와는 형량차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전씨의 사형구형만으로도 전직 대통령의 단죄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라는 점이 무기징역 구형의 변수가 됐다는 후문이다. 이날 공판으로 사실심리와 검찰의 구형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두사건에 대한 법률적 성격규정과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형량 결정은 법원의 몫으로 남겨지게 됐다.
19일로 예정된 선고공판에서는 비자금사건에 관련된 이현우·안현태전청와대 경호실장과 뇌물공여혐의로 기소된 재벌회장 등의 형량도 결정된다.
선고량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전피고인의 경우 내란 및 반란수괴, 뇌물수수혐의 등이 그대로 인정될 경우 극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노피고인도 구형단계에서 미수감경을 받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심에서는 무기징역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징역10년이상이 선고될 경우 피고인 의사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항소되기 때문에 전·노씨측과 검찰측의 법률다툼은 항소심과 대법원의 상고심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재판의 항소심은 1심판결후 4개월이내에 끝내야 하며 최종심 역시 4개월이내에 끝내야 한다.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씨의 경우 내년 1월말, 노씨의 경우 내년 1월중순까지 항소심이 끝나게되며 대법원의 최종판결은 내년 4∼5월께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김승일 기자>김승일>
◎전씨 사형 구형 의미/“성공한 내란도 처벌” 선례/「역사 바로 세우기」 특별법에 부합/법권위·형평성 고려 철저한 단죄
검찰이 전두환 피고인에게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고 노태우 피고인등 나머지 피고인에게도 전원 무기징역∼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한 것은 쿠데타에 대한 법적 심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직 국가 원수를 내란혐의로 기소해 사형을 구형한 예는 「혁명재판」외에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고심끝에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것은 성공한 내란도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선례를 남겨 쿠데타로 얼룩진 비극적 현대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관계자는 이와관련,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하고 무고한 양민들까지 학살한 쿠데타 주범들을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처벌, 불행한 역사의 순환고리를 끊자는 것이 이번 공판의 본질적 의미』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특히 5·18특별법까지 제정해 가며 시작한 「역사 바로 세우기」작업에 호응하는 길은 철저한 단죄밖에 없다고 판단, 중형을 구형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살인사건에도 사형을 구형하는 우리의 법현실상 형법상 가장 중한 범죄인 「반란」, 「내란」 피고인에게 관대한 처분을 할 경우 법의 권위와 법적 형평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듯하다.
검찰이 원고지 1백여장 분량의 논고문을 통해 『「법과 정의에 의한 심판」을 기다리는 피고인과 더불어 수사검사들도 「역사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라고 구형에 임하는 심경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이태희 기자>이태희>
◎전·노씨 재판 일지
◇93.7.19 정승화씨 등 22명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반란혐의 등 고소
◇94.5.13 정동년씨 등 6백여명 전·노씨 내란혐의 등 고소
◇10.29 검찰, 12·12사건 기소유예
◇95.7.18 검찰, 5·18사건 「공소권 없음」 결정
◇10.19 박계동 의원, 4천억원 비자금 폭로
◇11.16 노씨 수뢰혐의 구속
◇11.24 김영삼 대통령 5·18특별법 제정 발표
◇11.30 12·12 및 5·18사건 특별수사본부 발족
◇12.2∼3 전씨 골목성명 발표 후 구속
◇12.21 전·노씨 반란혐의 등 기소. 5·18특별법 공포
◇96.1.23 전·노씨 등 8명 내란혐의 기소
◇2.16 헌법재판소 5·18특별법 합헌 결정
◇2.28 검찰 12·12 및 5·18사건 최종수사결과 발표. 총 16명 기소
◇3.11 12·12 및 5·18사건 1차공판
◇7.8 20차공판 전·노씨 변호인단 사임
◇7.16 유학성 피고인 등 3명 구속집행정지 석방
◇8.5 구형공판 전·노씨 각각 사형·무기징역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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