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 야유… 재판 자주 중단/떨리는 목소리 논고 “긴장 팽팽”/전·노씨 집 적막속 침통분위기/최후진술 전씨 차분히 문안 낭독노씨 메모지 이용12·12 및 5·18 사건 결심공판이 열린 5일 서울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는 방청객이 공판 시작 1시간 전부터 몰려 재판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반영했다.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진행될 때는 방청석에서 고함이 오가는 등 소란이 일었다.
○…12·12 및 5·18사건 주임검사인 서울지검 김상희 부장검사는 사건의 역사성을 의식한 탓인지 하오 2시부터 떨리는 목소리로 50여쪽의 논고문을 1시간 5분여동안 읽어 나갔다.
김부장검사는 논고문에서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전두환 노태우 피고인 등 관련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피고인들 모두가 전혀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아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구형이 끝난 후 국선변호인인 김수연 민인식 변호사 등은 각각 10여분 동안 최후변론을 폈다. 변호인들은 『12·12 및 5·18사건은 역사의 심판에 맡겨야할 성질의 사건으로 법정 재판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서 전두환 피고인과 노태우 피고인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피고인은 법정에 들어오면서 평소처럼 옅은 미소를 띤 채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노피고인은 상기된 표정으로 입정했다.
재판장인 김영일 부장판사는 증인신문이 끝나고 전피고인에게 『12·12사건에 대해 보충신문을 하겠다』고 말했으나 전피고인은 『오늘 재판장님의 신문에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라며 거부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김부장판사는 『답변을 않겠다면 할 수 없지만 일단 기록에 남기기 위해 신문은 계속하겠다』고 말했으나 전씨는 답변을 계속 거부했다. 노피고인은 『피고인도 답변을 거부할 생각이냐』는 김부장판사의 질문에 『아직 그렇게 결심한 바 없다』며 대답하고는 신문에 응했다.
○…전피고인은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이양우 변호사가 미리 작성해준 5쪽짜리 문안을 8분여 동안 차분한 어조로 읽었다. 전피고인은 구치소에서 최후진술 내용을 거의 암기한 듯 재판부를 응시하면서 간혹 문안을 보았는데 『잘못은 본인 한 사람에게 있다』는 대목에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피고인의 최후진술이 끝난 뒤 방청객 중 일부가 박수를 치자 광주 유가족 회원들이 『뭐하는 짓이냐. 저들은 왜 퇴정 안시키느냐』며 재판부에 항의하는 소란이 일었다. 김부장판사는 즉각 『법정에서는 박수치는 것이 아니다』고 주의를 줬다.
노피고인은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은 금테안경을 쓰고 메모지를 보며 최후진술을 했는데 오랜 수감생활 탓인지 목이 약간 잠긴 상태였다.
○…공판 도중 광주에서 상경한 유가족협회회원들이 피고인들에게 고함과 야유를 보내 재판이 자주 중단됐다. 87년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숨진 연세대생 이한렬씨의 어머니 배은심씨는 노씨가 최후진술을 마치자마자 방청석에서 벌떡 일어나 『재판장님, 할 말이 있습니다』며 재판부가 미처 제지하기 전에 전-노씨를 향해 『우리 한열이를 왜 죽였는지 알고 싶다』며 고함을 지르고 통곡했다.
또 유학성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시작되자마자 한 여자 방청객이 『모두 사형시켜라』고 소리를 지르다 재판부로터 퇴정명령을 받았다.
○…전·노씨에게 각각 사형, 무기징역이 구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희동은 적막이 감도는 가운데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서대문구 연희2동 전씨 집에서는 부인 이순자씨와 장남 재국씨 부부가 공판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비서관은 『공판 전날 안양교도소로 면회를 다녀온 3형제가 모두 모여 이씨와 공판 이후의 대응 전략을 한동안 숙의한 것으로 안다』고만 전하고 가족의 심경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전씨집에서 5백여m 떨어진 연희1동 노씨 집에는 부인 김옥숙씨 혼자 구형소식을 들었다. 전씨 가족 중 아무도 재판에 참석하지 않은 것과는 달리 노씨의 장남 재헌씨는 박영훈 비서관과 함께 공판을 지켜봤다.<박정철·김경화 기자>박정철·김경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