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글,엄마는 그림/아들의 커나감 이야기미술교사인 엄마가 종이그림을 만들고 대학교수인 아빠가 그림에 맞게 가족생활과 외아들의 성장 이야기를 담아 산문집 「민들레처럼」(문학동네)을 냈다.
서울 상명초등학교 5학년인 권용득군의 엄마 최선옥씨는 상계중 미술교사다. 맞벌이부부라 아이와 함께 지낼 시간이 많지 않고 더구나 외아들이라 쉽게 외로움을 타는 모습을 지켜보며 최씨는 늘 안쓰러운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아들을 소재로 종이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들려준 이야기, 혼자 놀거나 떼를 쓰는 아이의 모습을 원색의 색지를 오려 붙여 상황그림으로 재구성했다. 종이그림에는 용득이의 모습을 빠짐없이 넣었고, 거기에 아이의 무구한 상상력과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을 더해 한 컷짜리 그림으로 연출해 냈다.
그림이 한 편씩 완성될 때마다 아버지 권순긍씨(세명대 국문과 교수)는 간단한 글을 썼다. 「용득이가 매맞을 짓을 했을 때 우리는 주저없이 책장 위칸에 놓아둔 회초리를 꺼내 종아리를 걷으라 한다. 매맞은 아이가 방문을 닫아 걸고 울고 있으면 그때의 부모심정이란 …. 다행히 용득이는 뒤끝이 없다. 매맞고 눈물을 뚝뚝 흘리다가도 오분 정도 지나면 룰루랄라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나와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재잘거린다. 우리는 휴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엄마, 잘못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범상한 부모라면 누구나 부딪치는 교육문제를 비롯하여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주던 일, 밤늦게 언성을 높이며 부부싸움을 하는데 자는 줄 알았던 아이가 방문을 열고 점잖게 『거, 잠 좀 잡시다』라고 말해 기가 막혀 웃어버렸던 일, 잠자리채와 곤충채집함을 두고 「잠자리감옥」을 사 달라고 말해 푸하하 웃었던 일, 용득이의 고집에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다 결국은 개를 버려야 했던 씁쓰레한 일 등 한 가족의 사랑이 만들어낸 일화가 재미나게 그려졌다. 책은 아이들의 삶과 관련이 있는 동식물에 관한 것,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과 꿈 혹은 희망에 대한 부분으로 나뉘어 38편의 그림과 글로 구성되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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