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증시 진입 과도기 현상/후진적 투자관행 벗는 계기로참으로 어지러운 시황이 전개되고 있다. 93년이후 장기 주도주에 속했던 대형주들이 이제는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나는 느낌이고 반면에 장기간 소외됐던 일부 중소형 개별종목들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아직도 수출의 지속적인 신장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적정성장도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증시에서는 수출보다는 내수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새로운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 참가하고 외국인에게 투자한도를 확대할 것이란 방침에도 불구, 대형주는 바닥거래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 건설 무역등이 힘있게 재기하는 모습도 아니고 가격부담이 적은 저가주의 인기가 제대로 형성된 것도 아니다.
자산주군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매수세는 최근 물가불안에 대한 방어심리로 풀이되며 제약 보험 광업등에서 나타나는 간헐적인 매수세는 경기후퇴에 대한 일단의 방어투자정도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주가에 비해 거래가 적고 거래나 주가에 비해서는 투자심리가 안정된 기술적 불균형도 발견된다. 자칫하면 대혼란에 빠지기 쉬운 주가지수 800선 지지여부에 대해 아직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도 않다. 선물시장도 현물시장의 안정이나 정보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역할도 아직은 못하고 있다.
신용기한의 연장이나 외국인한도확대가 호재라고 믿으며 연말께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이므로 장기주가는 밝다고 하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이 시장에서 과연 소액투자자는 기다리기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시장의 효율성과 위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고 본다.
외국인에게 실질적인 한도를 다 열어놓고 있는 우리 증시다. 여러 규제들도 풀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경영성과를 IR(기업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연일 공개하고 있다. 상당한 수준에서 효율적인 시장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효율적 시장의 특징은 한마디로 주가예측이 어렵고 장세해석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올라야 할 주식은 오르고 내려야 할 주식은 내리는 정직한 시장이 바로 효율적 시장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은 간단하다.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만을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수익과 위험의 관계라고 설명할 수 있다. 물론 그 원인은 수도없이 복잡하지만 이것이 현대 자본시장의 특성이다. 지금 우리 증시는 효율적이고 선진적인 증시로 진입하는 과도기증세를 보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86년 대중주시대로 전환하기전의 과도기와 비슷하다는 판단이다.
그런데도 아직 후진적인 장세예측이나 투자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만일 이런 변화가 사실이라면 우리 눈앞에 마치 혼란처럼 비춰지는 현 장세는 아주 자연스럽고 또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만일 이런 시장으로의 이행이 지속된다면 증권당국은 내부자거래단속에 더욱 강도를 높여야 한다. 효율적인 시장으로의 발전과정에서는 내부자거래만이 초과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개별종목장세에서는 이런 의혹의 가능성이 더 높다. 장기주가의 답은 미래의 경기가 쥐고 있다.<엄길청 아태경제연 소장>엄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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