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수세미 울창 숲속같은 느낌/밤에는 수박파티벌이며 “이야기꽃”피서인파들이 산과 바다를 메우고 있다. 그러나 동대문구 용두1동 9통7반 주민들에겐 집앞 60m의 골목길이 피서지다. 골목 양쪽 화단에는 분꽃 사루비아 과꽃 장미등 각종 화초들이 향기를 뿜어내고 골목 위로는 새끼줄을 타고 담쟁이와 수세미가 올라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그늘막 아래에서 동네 아주머니들은 나물을 다듬고 저녁이면 이집 저집 가족들이 나와 수박파티를 벌이며 세상 이야기 꽃을 피운다. 사람에 채이다 짜증만 안고 돌아오기 십상인 피서지와는 달리 이 골목피서지에는 인정과 향수가 차고 넘친다. 주민 김재복씨(48)는 『10년 이상 한동네서 살아 원래 사이가 좋았는데 골목에 나무와 꽃을 심은 뒤로는 한 식구처럼 가까워졌다』고 자랑이다.
우연히 지나던 행인들도 골목에 온갖 나무로 가득한 것을 보고 입이 벌어진다. 가을에 수세미가 주렁주렁 열리면 따가는 사람도 더러 있다. 삭막한 서울골목에서 좀체 볼 수 없는 상큼한 풍경이다.
골목 양쪽으로는 한옥 10채가 있다. 집집마다 비록 좁은 마당이지만 나무 한그루 이상은 가꾼다. 10여년전부터 한집 두집 골목에 나무를 심고 화단을 가꾸다보니 지금과 같은 식물터널이 저절로 만들어졌다.
공원 녹지 확충에 골몰하는 서울시는 「작지만 주민 스스로 녹지 공간을 가꾸는 모범적인 사례」로 이 골목을 꼽는다. 그래서 올 봄에는 철쭉 접시꽃 구절초 과꽃등 320그루를 이 마을에 제공했고 금년에 신설한 우수녹화마을 대상지중 한곳으로 추천하기도 했다.<박광희 기자>박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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