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월부터 모든 외국의 국제선 여객기에 대해 영공을 개방, 통과를 허용할 것이라는 소식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북한은 94년 12월22일 모든 민항기들에 영공통과와 착륙을 허용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작년 2월8일에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국제항공통과협정가입을 신청하고 항공서비스운송협정을 체결하는등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 왔었다. 하지만 분단후 50년간 폐쇄를 고집해 오던 북한이 하늘을 연다는 것은 개방지향을 시사하는 것으로서 어떤 의미로든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이번 영공개방천명의 배경은 몇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큰 테두리내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개방화의 뜻을 읽을 수 있다. 나아가 대미·일 수교 및 나진·선봉지구에 대한 투자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대외적으로 개방의지의 천명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다음 실리적인 면에서 한반도는 중국·소련·유럽과 일본·미주 간의 황금길목인 만큼 연간 수백만달러의 영공통과료 수입을 확보하고 낙후된 항공관제시설을 비롯, 공항확장·보수 및 급유 등 각종 시설의 개선을 지원 받을 수가 있다. 특히나 현재 21대의 낡은 비행기로 모스크바와 북경(베이징) 등 5개 노선만 취항하는 고려민항을 확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배경 분석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영공개방 표명은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어 완전실시는 예측하기 어렵다. 즉 영공개방을 북한당국이 아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점이다. 물론 IATA는 세계정기항공운송의 95%를 관장하고 2백34개 회원사를 가진 거대한 기구로서 그동안 북한과 계속 영공개방을 협의해 왔다지만 평양공항의 착륙과 관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것이다. 장차 북한이 영공개방을 시행해도 북한영공을 통과하려면 각국은 정부차원의 항공협정을, 그리고 민간항공사 간에는 별도협정을 맺어야 하므로 무조건 전면개방은 어려울 듯하다.
여기에다 북한은 각국과의 정치적인 관계를 고려하여 겉으로는 완전개방이나 실제는 선별방식으로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이 한국과의 경우 정치적으로는 완전한 대화 단절에다 정부기피정책을 취하고 있어 한국의 민항기 영공통과는 정치적으로 해빙 때까지 보류하거나 갖가지 엄격한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대부분 통과 허용 후 천천히 허용할 여지도 배제할 수가 없다.
북한이 진정 개방의 일환으로 영공통과를 천명한 것인지 한낱 제스처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점은 폐쇄를 외면할 경우 국제적 고립에다 경제난·식량난과 내부불만 고조로 체제위기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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