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3녀 모두 재벌총수 100대 고액소득자/수하르토 자신도 항공기제작사 회장 취임『인도네시아 경제의 천상에는 거대 기업이 있다. 바로 「수하르토 주식회사」다』―엄청난 부를 향유한 수하르토 일가에 대한 서방 언론의 풍자다.
28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통치해온 수하르토가는 3남3녀의 자녀 거의 모두가 재계를 주름잡는 그룹총수들이다. 우선 수하르토의 맏딸인 시티 하르디얀티(47)는 60개 기업을 거느린 시트라 람토로그룹 회장이며 차남 밤방 트리하트모조(43)는 16개 계열사를 지닌 비만트라 시트라그룹 총수다.
둘째딸 시티 헤디아티(37)도 통신 금융업에 걸친 마하라니 파라미타 그룹의 소유주이며 셋째 아들 후투모 만달라(34)도 정유 항공 농업에 진출한 훔푸스그룹의 회장이다. 이제 31세의 나이에 불과한 막내딸 후타미 엔당도 3개 회사를 소유한 「준재벌」이다. 「재벌들의 아버지」 수하르토도 2월 「기업총수」직에 올랐다. 국영항공기제작회사(DSTP) 회장에 취임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기업체의 총수가 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인도네시아 100대 고액소득자에 모두 오를 정도로 수하르토 자녀들이 막강한 재벌이 된 이유는 자명하다. 수하르토가 자녀들이 진출하는 사업마다 독점을 보장하는 등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비호해왔기 때문이다.
실례로 수하르토는 유료고속도로 사용료를 인상한지 1년도 채안된 지난달 또다시 50% 인상했다. 고속도로 건설에 자본을 대고 통행료를 징수해온 맏딸 시티의 기업이윤을 확보해주기 위한 조치였다.
수하르토가 최근 발리 지자체의 맥주 주류세 부과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도 장손 아리 시지트의 맥주제조업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쯤되면 「정경유착」의 차원을 넘어서 「정경일체」의 수준까지 다다른 셈이다.
수하르토의 「음덕」이 미친 건 직계 자손 뿐만이 아니다. 수하르토 사촌 수드위카트모노는 인도네시아 필름 수입 및 분배사업을 독점하고 있고 수하르토의 이복동생 프로보수테조(66)는 유리와 자동차 판매업에서 막대한 중간이득을 챙기고 있다. 수하르토의 친구들의 사업도 탄탄대로이기는 마찬가지다.
『수하르토에 가까이 가면 황금이 절로 나온다』는 인도네시아인들의 농담에는 수하르토 일가에 대한 국민들의 자조섞인 탄식이 배어있는 것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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