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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피라미를 잡는 방법(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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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피라미를 잡는 방법(천자춘추)

입력
1996.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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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송어낚시」의 작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스탠리유역의 푸딩대가」라는 장에서 흥미로운 피라미 잡이법을 소개하고 있다. 『나와 함께 여행하는 여자가 피라미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을 발견해 냈다. 그녀는 밑바닥에 옛날에 만든 바닐라푸딩 찌꺼기가 남아 있는 큰 냄비를 사용했다. 기슭을 따라 흐르는 얕은 물에 그 냄비를 놓자 곧 수백 마리의 피라미들이 모여들었다』그녀가 물 속에서 한 번 냄비를 건져올릴 때마다 스무 마리의 피라미를 잡았다고 적고 있다. 내가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은 것은 1993년 봄이었고, 낚시나 어항을 준비하지 않고서도 손쉽게 피라미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가졌던 나는 이 방법에 매우 큰 의문점을 발견했다. 바닐라푸딩 찌꺼기가 얼마만큼 피라미들의 넋을 빼놓는 미끼인지는 몰라도 여자가 다가가 냄비를 들어올릴 때까지 바닐라푸딩 찌꺼기를 물어 뜯고 있는 피라미들은 상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용기가 냄비라면 우리나라 어느 하천에서도 그 안에 아무리 맛있는 떡밥을 넣어둔다 하더라도 피라미 한 마리 건져올릴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해 여름 저수지 낚시터에 갔던 나는 음료수로 들고 간 1.5ℓ짜리 페트병에서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방법은 간단하다. 페트병의 병목으로부터 곡선이 다하는 지점 1㎝쯤 못 미치는 부분을 동그랗게 자른다. 그런 다음 병목 부분을 미리 아이주먹 만한 돌멩이를 넣어둔 몸통에 거꾸로 끼워 맞추고 분리가 되지 않도록 세 군데쯤 불침을 놓아 끈으로 묶는다. 그리고 용기 아랫부분에 받침대 역할을 하는 둥그런 부분은 떼어내고, 그 자리에 여러 군데 불침을 놓아 공기는 빠져나가고 물은 새어들 수 있도록 한다. 돌멩이는 가벼운 페트병을 가라앉히고 물의 흐름이 있는 곳에서도 떠내려가지 않게 해준다. 피라미들이 코카콜라 상표를 알아본다면 모를까 겉에 붙은 상표는 떼어내야 제대로 된 어항 구실을 한다. 그러고 나면 이제 잘 다진 떡밥을 그 안에 집어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으로 피라미를 한 번에 최고 열일곱 마리까지 잡아보았다.<박경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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