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맞아 많은 차들이 서울을 빠져나갔는데도 서울의 교통체증은 나아진게 없는 것같다. 도로를 꽉 메운 차속에 갇혀 교통체증이 극에 달했음을 실감하는 시민들은 뭔가 비상대책이 필요하다는데 동감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묘안을 짜내지만 효과가 미미하거나 시행에 어려움이 많아 아이디어에 머무르기가 일쑤다.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임에 틀림없지만 대신 공해를 내뿜고 인명을 빼앗으며 교통체증을 유발하는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 자동차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자동차는 더 이상 탈 것(수송수단)이 아니다. 자동차를 단순히 고전적인 의미의 수송수단으로만 여길때 자동차와 관련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그동안 산업발달의 주체이자 수단으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주도하면서 경제의 혈맥역할을 톡톡히 해온 자동차는 마이카붐이 일면서 공해와 교통체증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서울시가 도심혼잡통행료를 받아 승용차의 도심진입을 억제하는 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다.
자동차문제는 모터라이제이션(MOTORIZATION)과 함께 자동차관이 변하면서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탈것이라는 기능은 부수적이 되고 새로운 개념이 그자리를 대신했는데, 새로운 개념의 핵심은 자동차가 개인의 자유공간이란 것이다.
자동차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자유공간이다.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자유시간이나 자유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놀랍게도 자동차는 거의 완벽한 자유공간을 만들어준다. 문만 닫으면 소음으로부터도 탈출할 수 있고 외부인과의 접촉도 차단할 수 있다. 음악도 멋대로 들을 수 있고 고함을 쳐도 아무도 상관않는다. 트롯이나 헤비메탈을 듣는다고 탓할 사람도 없다. 핸들을 조정하는대로, 페달을 밟는대로 자동차는 주인의 명령에 순종한다. 자동차는 자유공간임과 동시에 충실한 하인이다.
왜 카풀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지, 휴가철이나 명절때마다 차속에 갇혀지내면서도 굳이 자가용을 몰고 가는지, 젊은이들이 집보다는 차를 먼저 장만하려 하는지는 이같은 자동차관을 이해하고 나면 납득이 간다. 독일의 젊은이들이 교통혼잡으로 자동차안에 갇혀있는 것을 일종의 「레저활동」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독한 교통체증으로 물류가 방해된다고 물류의 주체인 자동차를 길에서 추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통해 자유공간을 확보하려는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줄 방법도 현재로선 없다. 정부가 부지런히 도로를 만들어도 폭증하는 자동차를 소화해낼 수 없는게 현실이다. 자유에 대한 욕망은 무한한데 도로는 유한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분명해진다. 새로운 자동차관을 다시 바꾸는 것이다. 한두평 남짓한 자유공간마저 빼앗으려 한다고 반발할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자유공간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모두가 자유공간을 찾다가 한두평 남짓한 「노상감옥」에 갇히고 만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시민들이 「노상감옥」에서 벗어나려 할때 정부의 교통대책도 효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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