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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온갖 회의·행사로 날샌다(거품경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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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온갖 회의·행사로 날샌다(거품경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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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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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비까지 과중 곳곳 저효율/“돈벌이 손쉽게” 로열티도 막대/작년 호황불구 경상이익 3.6% 불과 인천제철 관리직원은 한해동안 평균 1백82가지의 각종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당 참석인원은 평균 6.8명. 평균 회의시간은 54분으로 연간 회의참가만으로 8만3천1백35시간이 소요된다. 이를 비용으로 따지니 14억4천여만원. 전체 인건비의 7.9%에 달하는 액수다. 회의시간은 연간 적정 근무시간의 11.2%로 나타났다. 회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회의가 이 정도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인천제철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회의를 줄이기로 하고 우선 매주 목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했다.

 인천제철의 「회의 줄이기」는 거품제거의 한 예에 불과하다. H전자가 최근 자체 조사한 거품유형은 접대비 과다지출, 맹목적인 현장조사, 빈번한 기념행사, 불필요한 전산프로그램개발, 기술료중복지급, 비효율적 회의등 56개에 달할 정도다. 「회의를 위한 회의」, 「출장을 위한 출장」등 거품성 업무추진이 업계는 물론 사회 전부문에 만연되어 있다.

 효율성의 추구에서 가장 앞선 경제주체로 평가되는 기업이 이 정도이니 국가경제 전체로는 거품현상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다.

 접대비지출규모가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기업이 세계 최고수준이다. 또 사장 한사람이 차지하는 사무실규모 역시 가장 넓다. 세계적인 컴퓨터칩회사로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미국 인텔사의 사장실과 집기가 과장급과 같다는 사실은 유명한 얘기다.

 단순한 과시나 소모적인 경쟁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도 지나치다. 수십억원을 들여 창립기념행사를 하는 그룹이 하나 둘 아니다. 그룹마다 대운동장을 빌려 대대적으로 행사를 치르는게 관행이 되어버렸다.

 신상품이라고 내놓았으나 기존상품의 겉모양만 바꾸거나 경쟁사 제품을 단순히 베낀 「사이비 신상품」이 너무 많다. 대외과시용으로 신규사업 진출을 발표했다가 슬그머니 바로 포기하는 예도 적지 않다. 이 모두가 거품 현상이다.

 국내기업이 의류 외식산업등의 분야에서 사치성 외제브랜드 사용으로 해외에 지출하는 로열티지급액이 한해에 24억달러나 된다. 조직운영면에서도 일부직원은 코피를 쏟으면서 밤샘작업을 하는데도 다른 한쪽은 한가하다. 기업들이 물건을 팔아도 남는 것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같은 구조적인 거품에 휩싸여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큰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증가율은 20.4%이었으나 경상이익률은 3.6%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 매출증가율이 8.2%에 불과했지만 이익률은 7.5%에 달했다. 우리 기업이 1만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3백60원의 이익을 낸 반면 미국은 7백50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한 주된 이유가 고비용구조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저효율구조에 대한 기업 스스로의 거품빼기 노력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기업의 과시욕이나 소모전은 과잉홍보전으로 연결된다. 「2000년 세계 10대기업」 「21세기에는 세계적 대기업으로」. 최근 큼지막한 제목으로 지면을 장식하는 기업들의 발표내용들이다. 한 기업이 발표하면 경쟁기업도 며칠 있다 어김없이 내놓는다. 기업들의 이같은 발표는 물론 종업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목표를 향해 매진해보자는 좋은 뜻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속도 없는 경영전략을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하여 대내외에 널리 알려 무슨 이득이 있느냐다. 국민들은 이를 「2010년 G7본격진입」등과 같은 정부의 지나친 장밋빛 전망과 다를 바 없다고 받아들인다.

 삼성 현대등 재벌그룹들의 지나친 외형경쟁도 거품경제의 한 단면이다. 각 그룹들은 계열사의 매출액을 단순합계하여 그룹매출액으로 발표하지만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제거할 경우의 실제매출액은 지금의 대외발표용 매출액보다 30∼40%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그룹별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의무화하려고 하지만 재계의 반대로 늦춰지고 있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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