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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출국세」 불가피한가/당초 1인당 2∼3만원 징수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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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출국세」 불가피한가/당초 1인당 2∼3만원 징수계획

입력
1996.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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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 등 여론수렴후에 확정키로해외여행자를 대상으로 「출국세」를 거두겠다는 정부 방침을 놓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관광업계와 관광분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찬성론자들은 『출국세라도 거둬 열악한 국내관광수준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놓지 못한다면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2002년 월드컵이라는 관광산업의 호재를 만들어놓고도 그 과실은 일본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조세분야 전문가들과 여행가들이 주축이 된 반대론자들은 『정부가 먼저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세제지원을 펼쳐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생각은 않고 걸핏하면 시민들의 주머니만 넘보려한다』고 비판한다.

출국세논쟁은 이환균 재정경제원차관이 지난달 10일 김영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관광진흥기본대책을 보고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자리에서 이차관은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5년간 2천억원 내외의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별도로 조성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관광목적의 해외여행자를 대상으로 1인당 2만∼3만원의 출국세를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광목적의 해외여행자 구분이 어려우므로 우선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객을 대상으로 출국세를 거두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거둔 관광진흥개발기금은 호텔등 관광시설 확충과 관광사업체 운영지원을 하는데 쓰겠다는 것이 정부의 초안이었다.

이같은 발표가 나자 우선 언론이 먼저 「서민부담,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으며 곧바로 컴퓨터 통신과 신문사 독자의 편지, 라디오 전화토론에도 반대의 소리가 접수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KBS 방송의 「열린 마당, 전화를 받습니다」라는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내용이 공개된 14통의 전화 가운데 8통이 반대였으며 4통이 찬성, 2통은 애매한 의견이었다. 찬성 가운데 2통은 「기금운용의 투명성 보장」을 전제로 했다. 천리안과 하이텔의 여론광장에는 6명 중 5명이 반대의견을 밝혔다.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관광업무의 주무부처이며 관광진흥기본대책의 기반이 된 「관광진흥 10개년계획」을 짠 문화체육부는 1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청회를 열어 국민들의 의견을 들은 후 시행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하오 3시 문화체육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관광연구원이 주최한 「관광투자 촉진방안 공청회」가 서울 중구 장충동의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출국세 문제에 관한 토론이 활발했는데 전반적인 의견은 찬성쪽으로 흘러갔다. 토론자 6명중 5명이 「열악한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다소의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들고 나왔으며, 다만 ▲금액은 1만원으로 내리되 ▲모든 여행객에게 징수하며 ▲기금의 용도는 국민휴양시설 건설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전제등을 달았다. 문화체육부는 이같은 공청회 의견을 바탕으로 이달 중에 새로운 「출국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가 「출국세」를 들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3년 8월 26일 당시 관광업무를 관장하던 교통부가 역시 관광산업육성재원확보를 위해 해외여행자에게는 1인당 30달러(2만4천원 정도)의 출국세를, 관광호텔에 투숙하는 내국인에게는 객실료의 2%를 「숙박세」로 받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방침은 그날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고 언론보도 다음날인 28일 민자당이 반대의견을 밝힘으로써 무산되었다.

94년 12월 관광업무를 이관받은 문화체육부는 95년 8월에도 한국관광연구원의 전신인 교통개발연구원을 통해 출국세와 숙박세를 연구·검토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현재 73∼82년의 정부출연금과 카지노 골프장 납부금 등을 합쳐 현재 1천6백84억원이 조성돼 관광시설 건설과 개·보수, 관광업체 운용에 연리 9%로 융자해주고 있으며 앞으로 관광연구에도 쓰일 수 있게 된다.<서화숙 기자>

◎찬성 입장/이연택 한양대 교수·관광학/“관광산업 육성위해 필요”/기금운용 공익성·투명성은 확보돼야

나는 평소 양극화한 논리보다는 다원적 사고를 강조하고 좋아한다. 그렇게 해야만 다양한 현실에 보다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 정부의 관광산업육성정책과 관련하여 제기된 소위 「출국세」논쟁에는 찬성하는 쪽에 선다.

이러한 선택은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대한 절대적인 위기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동안 가볍게 보았던 여행수지적자는 올들어 경상수지적자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그 적자폭은 각별한 묘책이 없는 한 계속 증가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볼 것도 없고 가격만 비싼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이 문제의 근원이다. 이를 타결하기 위해 내놓은 정부의 관광산업육성책은 때늦은 감은 있으나 크게 환영할 만하다. 특히 관광산업의 투자촉진을 위해 마련된 「관광진흥개발기금」의 확충계획은 매우 현실적인 시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 재원 확보에 있어서 내국인 해외여행자에 대한 기금부과 방안이 제시되면서 많은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우선 세부담에 대한 논쟁이다. 비록 기금의 형태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세부담이 되며 심지어 「해외여행하는 데까지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반발이 있다. 그러나 즉각적인 반응을 표시하기에 앞서 잠시 현상의 변화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국제관광은 매우 빠른 속도로 현대인의 생활조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관광기반시설이 미흡한 실정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세계 각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투자재원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그 방편들 중 하나가 출국세다. 소위 관광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 호주 등이 해외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출국세를 부과해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국민 모두가 징수대상이 되기보다는 아직도 전체국민의 10∼20%에 불과한 해외여행자들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이 옳다는 논리다.

또 다른 논쟁으로는 용도에 대한 것이다. 해외여행자에게 부과할 기금이 대기업의 호텔건설을 지원하는데 쓰일 것처럼 인식되면서 오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추가조성하는 기금의 규모로는 대규모의 호텔건설을 지원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며 혹시 가능하더라도 절대로 그것은 용납될 수 없다.

정부가 기금의 용도로 잠정제시한 국민관광시설 확충을 위한 가족휴양촌 건설지원, 중저가 숙박시설 건설지원, 관광정보안내시스템의 구축 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약속들이다.

덧붙여서 정부의 기금운용은 투명해야 한다. 기금의 사용은 공익성에 기초해야 하며, 국민의 오해가 없도록 반드시 그 결과가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가급적이면 기금의 운용규모와 운용기간이 명시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처럼 마련된 정부의 관광투자촉진방안이 국민적 지지를 얻고 그 실효를 거두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제는 문화경쟁력의 시대다. 문화를 이끄는 관광산업의 경쟁력없이 국가경제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당연히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계획과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2002년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허세만 부릴 수는 없다. 그 실리를 관광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관광기업 국민 모두가 하나된 힘과 지혜가 필요하다.

◎반대 입장/김실 여행가·공인회계사/“효과기대난,국민 부담만” 조세원칙 어긋나고 여행자유도 위축

올 여름 외국으로 떠나는 여행애호가들은 「출국세」소식으로 어느 여름보다 더 지독한 더위를 느끼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복지를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여행자유화를 시작한 것이 불과 몇년전인데 이제와서 「출국세」라는 방식으로 여행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모으겠다는 정부의 발상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행정편의주의에서 나온 근시안적 생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우선 「출국세」는 조세원칙에서부터 어긋난다. 정부는 「출국세」가 세금이 아니라 관광진흥개발기금을 거두는 것이라고 하나 강제적으로 개인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명백한 준조세다. 세금은 소득이 있는 곳이나 수익자 부담이라는 원칙에 의하여 부과·징수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2만∼3만원을 거둬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2002년 월드컵을 치를 수 있는 관광호텔을 짓겠다고 한다.

해외여행객들은 관광호텔을 지음으로써 직접적인 혜택을 볼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발상은 근본부터 잘못되었다. 더구나 이렇게 해서 거둬지는 돈은 정부 추산대로라면 연간 약 4백억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5년내에 2천억원을 모은다고 해도 특급호텔 2개를 겨우 지을 만한 돈이다. 조세의 근본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만들어낸 돈이 이렇게 비효율적이라면 정부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게 옳을 것이다.

두번째 문제는 이 「출국세」가 사람 1명당 일률적으로 부과하여 강제징수하는 인두세라는데 있다. 인두세는 세금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형태다. 사회구성원의 평등과 복리를 구현하기 위한 조세는 조세평등주의와 누진부담주의라는 또다른 원칙을 갖고 있다. 개개인의 소득에 따라 세금을 달리 부과함으로써 참다운 평등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여행객은 1년에 4백만명이 나가도 그 종류와 목적은 모두 다르다. 이런 사정은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2만∼3만원을 거두겠다는 것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세원칙에 위배된다.

정부는 「출국세」를 부과함으로써 호화해외여행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호화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2만∼3만원은 아무 부담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외국여행을 함으로써 뭔가 배워오려는 사람들, 여행객의 신분으로 떠나지만 실은 소규모 사업을 하는 영세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여행문화 자체도 일부의 혼탁한 사치성 여행을 제외하고는 몇년동안의 자유화와 개방화로 건전하게 자리잡았으며 국민복지 측면에서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관광진흥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관광진흥개발기금에 대한 정부출연금을 대폭확대하고 규제일변도의 여신규제를 완화하여 관련기업의 금융비용을 줄여주어 기업체들의 투자마인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옳다. 또 관광관련 업소에 대폭적인 세정지원 정책과 부가가치세의 면제제도를 실시하여 외국인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든 여행객을 볼모로 목적사업의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발상 보다는 훨씬 합리적이다. 또 효과적이기도 할 것이다.

당국은 졸속행정을 지양하고 열린 마음의 자세로 모든 여행인에게 「생활의 세계화」가 이뤄지도록 거시적으로 관광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미·EU·동남아국 출국·숙박·관광세 형태 징수

호주 영국 대만 필리핀은 관광진흥재원을 마련하려고 출국세를 징수한다. 호주는 12세 이상의 출국자 전원에게 21달러씩을 받고 있으며 영국은 EU국가 사람에게 5파운드, 그외 국가 사람에게 10파운드의 출국세를 받는다.

대만은 11달러를 공항이용료로 받아 절반을 관광진흥재원으로 쓰며 필리핀은 외교관 공무여행자 해외근로자 등을 제외한 사람에게 12∼15달러를 출국세로 받고있다. 미국은 출국세를 3달러 받지만 「공항 항로 신용기금」으로 쓴다.

관광선진국에서 선호하는 방식은 숙박세. 미국은 주마다 숙박비의 1∼6%를 숙박세로 받고있으며 프랑스는 파리시가 호텔 등급별로 1∼7프랑씩 체류세를 받는다. 영국은 숙박세도 받는데 무려 숙박료의 17.5%. 싱가포르는 호텔 및 고급식당에서 매출액의 1%를, 마카오는 호텔 및 식당에서 매출액의 5%를 관광세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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