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집회에 대한 강권 탄압으로 인도네시아 정치정세가 위기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이 나라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우선 이 정치위기가 민중들이 원하는 민주발전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있다. 또 하나는 인도네시아에 걸린 우리의 경제·외교적 이해관계를 어느 선에서 조절해야 할 것이냐에 관한 문제다.정국불안은 지난 4월 정치적 반려이기도 했던 부인 티엔이 사망한 뒤 실의에 빠진 75세의 수하르토대통령이 지병인 신장결석과 심장병이 악화해 독일에서 정밀검사와 치료를 받고 돌아온 데서 시작됐다. 98년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그때에는 77세가 되는, 병들고 쇠약한 노구를 이끌고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인지 수하르토 당자를 포함해서 아무도 예측 불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65년 공산주의 장교단의 쿠데타를 분쇄하면서 집권에 성공한 수하르토는 「안정과 개발」을 앞세운 특유의 권위주의 통치로 그동안 문맹퇴치와 경제개발을 이뤄 7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GNP를 1천달러까지 올려놨다. 1억9천만의 인구와 이같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남아의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바로 그 경제발전이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발전에 따라 형성된 중산층은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게 되고, 극심한 빈부격차와 인플레, 1천억달러에 이른 악성 외채로 요즘은 경제마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 후발주자들이 값싼 노임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맹렬하게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반정부 시위는 이처럼 안팎에서 조여오는 난국에 수하르토가 결정적인 악수를 놓은데 기인한다. 30년전 자기자신이 축출한 수카르노의 딸 메가와티를 제1야당인 민주당(PDI)총재직에서 쫓아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억압으로부터의 출구를 찾던 반정부세력이 한곳으로 집결하는 결과를 빚었다. 지난 27일의 반정부 시위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야당지도자 7명이 살해됐고(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정부는 마침내 불법시위에 대해 사살위협을 하기에 이르렀다.
인도네시아 정국은 이 시위 후 며칠동안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정치적 자유와 분배의 형평을 부르짖는 민주화운동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역사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와 이 나라의 교역규모는 57억달러, 2백여 업체가 진출해 64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정정은 이처럼 바로 우리 기업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도덕한 정권과의 유착은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기업윤리이기도 하지만 독재정권이 전복될 경우 자칫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함께 외교적으로도 궁지에 몰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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