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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개도국” 씀씀이는 “G7”(거품경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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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개도국” 씀씀이는 “G7”(거품경제:2)

입력
1996.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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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몸치장비 미·일 2∼4배/차 크기 세계 2위­대형TV 판매 일 2배/카드빚으로 카드빚갚는 「외상인생」 속출우리 국민들의 주머니사정은 개도국수준이면서 씀씀이는 세계 최고급이다. 세계 일류브랜드가 아니면 거들떠 보지않는 「소비 일류병」이 일부 졸부뿐만아니라 대학생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만연해있다. 한벌에 1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의류를 입고 다니는 여대생이 적지 않고 초등학생도 「나이키」 「리복」 등 외국브랜드의 신발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 여대생들의 옷 신발 가방 장신구 화장품등 평균적인 몸치장비는 미국의 3∼4배, 일본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과 뉴욕 동경(도쿄)의 한복판에서 여대생 한명씩을 샘플로 선택하여 입고 있는 옷과 신고 있는 신발, 피부에 바른 화장품, 가방(핸드백), 시계 등 몸에 걸친 모든 물품들의 가격을 달러로 환산할 경우 이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대형백화점의 주요점포에서 국산제품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같은 배기량이면서 국산보다 3∼4배나 비싼 외국산 고급차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60∼80년대 고도성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우리 국민들은 이제 선진국을 뺨치는 보신관광 도박관광 등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봉급생활자 등 일반서민들의 경우 매달 카드빚으로 카드빚을 갚는 「외상인생」이 속출하고 있다. 외상구입의 주요 수단인 신용카드의 연체금액이 지난 3월말 현재 1조원을 넘어섰다. 94년말 4천4백37억원에서 1년3개월만에 2·3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6달러. 그러나 우리의 소비수준은 1인당국민소득이 3만5천달러인 일본을 무색케 할 정도로 높다.

지난해 일본내 대형냉장고(4백ℓ이상)와 컬러TV(18인치이상)의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8.6%, 23.4%. 이에 비해 우리는 각각 65.1%, 48.9%로 일본의 2배에 육박한다. 또 지난해 서울시민들은 월평균 수입이 2.5배인 도쿄시민에 비해 외식비 가구구입비 옷값등을 더 많이 지출했다. 서울의 경우 가구당 월평균 외식비가 1백94.5달러인데 비해 도쿄는 1백91.4달러에 불과했다. 가구구입비와 의류비, 이미용비도 각각 17.1달러, 1백9달러, 49.8달러로 도쿄(10.6달러, 1백2.1달러, 33.7달러)를 능가했다. 서울시민들은 주머니사정이 도쿄시민의 4분의 1수준이면서 먹고 입고 치장하는데는 그들을 앞지른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민의 저축률(총수입대비)은 29.6%로 도쿄시민(35.0%)에 크게 미달, 저축은 뒷전이다.

대형냉장고와 컬러TV의 수요가 일본을 능가했지만 자동차는 더하다. 우리 국민이 타는 자동차의 평균크기(면적기준, 7.14㎡)는 미국(8.49㎡)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다. 일본은 6.89㎡, 1인당 국민소득 2만5천달러대인 독일과 프랑스도 각각 7.0㎡, 6.60㎡에 불과하다.

이처럼 소득수준은 외면한 채 큰 것, 비싼 것, 화려한 것만 좋아하는 「거품 소비구조」로 인해 값비싼 외국산 수입품들이 우리 안방시장을 빠른 속도로 점령해가고 있다. 그동안 전체 민간 소비지출에서 소비재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수준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5.7%로 늘어났고 1·4분기엔 6.2%로 급증했다. 대만(7.96%) 태국(9.26%)등 동남아국가들보다는 낮지만 미국(5.18%) 일본(3.46%)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팽동준 한은조사2부장은 『소비수준은 소득수준이 올라가면 따라올라가지만 일단 올라간 소비수준은 소득수준이 떨어져도 내려가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부동산투기붐을 타고 불로소득을 만들어낸 졸부들이 과소비에 앞장섰고 90년대 들어 사회전반에 이같은 소비구조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저축을 유도하기 위해 3년짜리 저축상품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않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외상으로 자동차와 에어컨을 구입하는 「거품 소비구조」가 걷히지 않는한 불과 수만원의 혜택으로 저축을 유도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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