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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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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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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적자가 상반기중에 9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나라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부상하게 되자 우리 사회 일부에서 국민성을 탓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박한 외제선호 근성과 무분별한 해외여행을 비난하는 소리가 나오고 국산품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애국심도 모자라는 게 아니냐는 자탄의 소리도 있다. ◆외제차가 몰려들고 있는 기세나 양담배가 시장을 침식해 들어오는 추세를 보면 소비자들에게 어떤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가전제품 시장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품목별로 최고 85.8%에 달하는 것을 보면 겁이 날 정도다. 국산품을 지켜주는 소비자들의 힘이 너무나 허약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참고가 될 만하다. 넘쳐나는 흑자와 통상압력 때문에 총리까지 나서서 외제를 좀 써달라고 국민에게 호소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만큼 일제를 지키기 위한 일본 소비자들의 애국심이 강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할 수 없어 시장을 열었지만 소비자들이 나서서 외제의 침투를 막아준 것이다. ◆지금 같은 개방시대에 애국심에 호소해서 경제를 꾸려 나간다는 게 시대착오적인 발상이겠지만 국민의 자세와 의식에서 차이가 있는 것 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일본은 흑자를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인데도 외제를 배척했고 우리는 적자가 산더미인데도 외제병이 극성이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하의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정부가 수입을 금지하고 시장을 막을 수는 없다. 적자를 줄이는 노력에서 소비자들의 몫이 클 수 밖에 없다. 일본 국민이 할 수 있었던 일을 우리 국민이 할 수 없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일반 국민도 뭔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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