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감소폭 커지고 철강·유화도 계속 부진/「버팀목」 자동차마저 7월중 24.5%나 줄어/수입은 눈덩이… 불경기 불구 고급소비재 폭증우리 수출산업은 정말 치유하기 힘든 중병에 걸린 것일까. 1일 통상산업부가 발표한 7월중 수출입통계를 보면 수출산업이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해가고 있다는 징후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수출은 정부의 장·단기 수출부양대책을 비웃기나 하듯 1년전에 비해 3.1% 감소했다. 93년 1월이후 3년반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1·4분기에 20.8%나 증가세를 유지했던 수출이 4월 5.3%, 5월 6.4%, 6월 1.7%로 3개월째 한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수출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6월과 7월초 잇달아 종합대책을 내놓았었다. 무역금융단가인상이니 원자재 관세인하니 하며 응급수혈도 하고 중장기의 체질강화방책도 제시했었다. 더구나 업계가 이구동성으로 요구하던 환율도 상승세로 돌아선지 오래다.
그러나 수출은 나아지기는커녕 바닥모르고 추락하고 있고 7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출혈수출도 재연되고 있다. 2∼3개월후의 수출을 점치게 해주는 수출신용장(LC)내도액은 7월중 3.1% 증가, 1∼7월 4.2%감소로 수출회복은 당분간 기대난망이다. 마치 어떤 처방전도 효력을 볼 수 없는 중증의 환자와 같다.
우리의 수출주력품목인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은 정말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70.3%의 증가율로 2백21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던 반도체는 올 1·4분기중에 57%의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4월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4월 1.3% 감소에 이어 5월 18%, 6월 36%, 7월 37% 감소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도 전달에 이어 수출감소세를 지속해 중화학산업 전체로는 7월중에 12.6%나 수출이 감소했다. 이들 3대업종 제품의 국제가격은 올봄부터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종합상사의 유화와 철강 담당자는 재고를 끌어 안고 있느니 손해를 보면서라도 파는게 낫다고 밝히고 있다.
7월 수출을 마이너스로 돌려 놓는데는 자동차의 부진도 한몫했다. 상반기에 23%(50억달러)나 증가하며 전체 수출을 지탱해주던 자동차수출이 노사분규와 집단휴가로 7월중에 24.5%나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대선진국 수출이 14%나 감소하고 대개도국은 증가율이 크게 떨어져 경쟁력을 상실한 우리 상품의 판로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소비재수입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상반기중 21.3%나 증가해 원자재(14.1%) 자본재(5.7%)를 훨씬 앞질렀던 소비재 수입은 7월에도 16.1%나 증가했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소비수요의 고급화 경향은 더 강해져 승용차(84%) 휴대용전화기(72%) 고급신발(60%) 의류(48%) 화장품(47%)의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상반기중 내수용 수입증가율은 12%로 수출용(10.4%)을 웃돌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수출용이 52.5%로 내수용증가율(31.5%)의 근 두배였던게 올해 역전된 것이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고비용구조에 발목 잡힌 수출업체들은 복원력을 잃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반면 사회에 만연한 과소비풍조로 소비재수입은 꺾이지 않고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주)선경의 유재홍 이사는 『엄청난 물류비용, 낙후된 금융산업, 치솟는 임금과 강력해지는 노조, 구호만 요란한 정부의 경제개혁 등으로 기업인들의 수출마인드가 시들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수출업체가 대접받는 분위기 조성』이라고 말했다.<이백규 기자>이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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