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후보 향배따라 선택 유동적/두 김씨 동반출마땐 “여유” 단일화땐 당선 가능성 비중여야를 막론하고 대선후보 선정의 1차적 기준은 당선가능성이다. 아무리 당내기반과 세를 형성하고있다 하더라도 상대당 후보와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 후보가 될 수는 없다. 당선가능성이란 그만큼 상대적인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당내의 수적 열세와 다수파인 민정계의 견제속에서도 92년 민자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그가 당시 야당의 김대중 후보에게 승리할 확률이 가장 높은 카드라는 당안팎의 인식때문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여권은 현재 신한국당에 매우 유리한 구도가 형성돼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은 김대중 국민회의,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모두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자체분석이 그 근거이다. 그럴 경우 야권표가 분열되고 지역대결양상이 심화해 가장 폭넓은 지역기반과 함께 「참신한」 후보를 보유한 신한국당이 어렵지않게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권에서 9명의 인물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대권후보의 난립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같은 자신감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이는 여권핵심부에도 당선가능성뿐만 아니라 정치적 성향, 신뢰관계 등 다른 요인들까지 다면적으로 고려해 구미에 맞는 후보를 낙점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야권후보가 두 김씨중 한명, 특히 김대중 총재로 단일화하거나 제3의 단일후보가 추대된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헌정사상 초유의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슬로건과 맞물려 무시못할 파괴력을 발휘할 개연성이 있음을 여권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여권은 야권내부의 여러가지 장애요인 때문에 단일화 성사가능성이 그리 높지않다는 예측을 하고있으나 그 성패는 여권의 후보향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두 김씨가 동반출마하고 후보결정후 여권분열 등 돌발악재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할때 대권후보군에 속한 대부분 인사들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여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최근 여론전문기관과 언론사 등의 각종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이회창 의원, 박찬종 전 의원 등 여권의 영입인사들은 대선구도상 이점에다 개인적 지지도를 더해 어느 후보보다 낙승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의원은 야권의 후보단일화 등 어떤 경우에도 가장 승산이 높은 인물로 부각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그가 단 한번도 선거를 통한 검증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일말의 불안요인이다. 이와함께 이한동 김덕룡 의원 등 당내파도 나름의 색채와 출신지역을 배경으로 두 김씨와 승산있는 싸움을 벌일 수 있다고 여권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후보그룹중 일부 PK(부산·경남) 및 호남출신 인사의 경우 지역구도상 「캐스팅 보트」를 쥘 것으로 예상되는 TK(대구·경북)표를 흡수하는 데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않다.
만약 김대중 총재로의 야권후보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여권의 선택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단일화가 된다해도 TK와 충청권의 뿌리깊은 반DJ정서 때문에 지역연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두 김씨의 동시출마때에 비해 여권의 위험부담은 증가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판단되는 몇몇 인사로 여권후보군이 압축될 공산이 크다. 이회창 의원 등 대중적 인기도가 비교적 높은 일부 인사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결국 여권의 대선후보는 야권의 후보향배와 이를 감안한 여권핵심부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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