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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문화유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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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문화유산을 찾아서)

입력
199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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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현판글씨엔 물소리 흐르는듯/지리산 10경인 운해는 또하나의 장관지리산과 섬진강이 아름다운 구례 여행길에서 빠뜨릴 수 없는 여정은 노고단에 오르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화엄사 계곡을 따라 반나절은 족히 오르던 등산코스가 요즘은 지리산 일주도로가 개통되어 두루마기를 차려입은 할아버지도 오를수 있는 관광코스가 되었다.

노고단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를 모시는 신당이라고 하지만 구례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아득한 옛날 백제때 지리산 아래 고을에 노고라는 청상과부가 살고 있었는데 백제왕이 이곳에 사냥와서 그를 보고 첫눈에 반해 왕비로 삼고자 했으나 노고는 끝내 절개를 지키기 위해 지리산 속으로 들어가 버렸는데 그이가 훗날 「노고할미」가 되어 노고단의 산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노고단에 올라 지리산 10경중의 하나인 운해를 만끽한 후 내려오는 길에 들를만한 곳이 천은사다. 사찰의 규모가 우람하지 않고 아담한 전각들로 이루어져 고색창연한 분위기가 일품인데 그중 명물은 일주문이다. 나지막한 담장과 함께 검푸른 소나무 숲이 호젓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으며 지리산 천은사라 쓰여진 현판의 글씨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경내에 이슬처럼 맑고 찬 샘물이 있어 감로사라 불렀는데 임진왜란때 불탄뒤 다시 지을때 샘가에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 스님이 이 뱀을 잡아 죽이니 그후로부터 샘물이 솟아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샘이 숨어버렸다 하여 천은사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샘물이 나오지 않자 원인 모를 화재가 자주 일어났다. 절터의 수기를 지켜주는 구렁이를 죽였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들은 조선후기 동국진체라고 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서체를 완성한 원교 이광사가 현판글씨에 물의 기운을 불어 넣어 써주었는데 그후로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은사스님들은 지금도 새벽녘 고요한 시간이면 일주문 현판글씨에서 물흐르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고 한다.

교통편은 남부터미널에서 구례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구례읍에서 성삼재 가는 군내버스를 탄다.<이형권 역사기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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