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대로 오페라·실내악 향연예술의전당 예술감독 조성진씨가 지난달 14∼20일 핀란드의 사본린나·쿠흐모 페스티벌을 구경하고 참관기를 보내왔다. 매년 7월 열리는 두 행사는 8월의 헬싱키 페스티벌과 함께 핀란드의 문화적 자존심을 보여주는 음악축제이다.<편집자 주>편집자>
사본린나 페스티벌은 중세 고성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로 유명하고 쿠흐모 페스티벌은 아름다운 자연과 음악의 어우러짐이 특징이다.
사본린나 페스티벌의 오페라가 공연되는 올라빈린나 성은 약 500년 전에 러시아 접경지대 호숫가에 지어진 건물로 스칸디나비아 고성 중에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으로 꼽힌다. 67년부터 성 안마당에 차일을 치고 빽빽하게 2,000석이 넘는 좌석을 마련해 오페라를 공연해 오고 있다. 차일은 비바람을 막자는 것보다 핀란드 백야의 햇빛을 막고 소리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막이 오르 내리지 못하고 고성의 층계와 성문을 이용하다 보니 무대장치와 조명은 특수할 수 밖에 없지만 성벽에 부딪쳐 나오는 음향효과는 증폭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대단했다. 출연진을 성 여기저기에 그룹으로 배치한 연출은 사실과 상징의 균형을 잘 보여주었다. 핀란드의 세계적인 베이스 마티 살미넨이 주역으로 등장한 17일의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무엇보다 목소리의 향연이었다. 공연 후 초대받은 만찬에서 망령들이 아직도 성 안을 떠돌아 다닌다는 으스스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작은 창으로 내다보이는 호수는 그림과 같았다. 오페라와 콘서트 뿐 아니라 골프, 카지노, 낚시, 보트를 즐기도록 마련돼 있는 이 페스티벌에 동원되는 인력은 약 1,000명. 그러나 시즌이 아닐 때 직원은 16명 뿐이라 한다.
쿠흐모 실내악 페스티벌을 본 것은 독특한 경험이었다. 인구 1만3,000여명의 대학캠퍼스 정도 규모의 마을에서 2주일 동안 74개의 실내악 콘서트가 열렸다. 이 페스티벌이 만들어 지는데 참여했던 예술감독 세포 키마넨은 첼리스트로서 바이올리니스트인 한국계 일본인 부인 및 두 자녀와 함께 연주와 캠프에 참여하고 있었고 캠프에서 지도하는 사람 중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미경, 배익환, 데이비드 김의 이름이 있었다. 상오 11시부터 자정까지 계속되는 이 특이한 연주장에 거의 빠지지 않고 스케치북을 들고 나타나는 신동헌화백을 만난 것도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자리를 거의 메우는 청중의 대부분은 핀란드인이었다. 그러나 27년 전 이 페스티벌을 처음 시작할 때 단 8명의 청중이 왔었다는 키마넨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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