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올림픽운동을 선도한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은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승리는 그 다음이란 뜻이다. 애틀랜타올림픽 중계 등을 지켜보노라면 한국선수들은 이러한 올림픽정신을 잘못 이해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지나치게 승리에 집착해 스포츠맨으로서 지녀야 할 매너에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유도 준결승에서 패배했다고 상대선수와 악수도 하지 않고 나가지 않나, 축구에선 열심히 응원해 준 교포들에게 감사의 손짓 하나 제대로 표하지 않고 퇴장하지를 않나, 기자회견을 기피하지 않나, 열거하기에도 민망할 지경이다.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운 농구선수들의 행태에 이르면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에게선 이기나 지나 상대를 축하 및 위로해주는 의연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유있게 행동하지는 못할망정 기본 예의만이라도 지켰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한국선수들이 매너 없는 집단으로 비쳐지게 됐는지 정말 안타깝다. 금메달 지상주의가 몰고온 결과다.
물론 승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올림픽 성적이 국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돼버린 상황에서 이해할 만도 하다. 이날을 위해 길고도 힘든 훈련을 거듭해 온 선수들의 고통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깨끗한 매너로 최선을 다한 후 얻은 금메달이라야 값진 것이다.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은 나라를 대표하는 민간외교관이나 다름없다. 행동 하나하나가 국가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선수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들에겐 모국 바로 그 자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31일자 본보(2면) 보도처럼 열심히 응원을 하고도 모국선수들에게 무시를 당한 교포들의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선수들의 깨끗한 매너와 훌륭한 성적은 교포들에겐 삶의 활력소가 되지만 지금과 같은 매너는 실망만을 안겨줄 뿐이다. 그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더위속에 운동장에 나와 목터져라 응원하겠는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못지않게 매너교육에도 무게를 두어야겠다. 멋지게 지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깨끗한 매너로 정정당당하게 싸운다는 스포츠정신이 결여된 스포츠는 이미 스포츠라고 할 수 없다. 멋진 매너는 금메달획득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지도자들은 깊이 인식, 교육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애틀랜타 올림픽도 후반전으로 접어 들었다. 그 동안 소강상태에 빠져 있던 한국선수들의 활약도 배드민턴과 단체종목에서 좋은 성적이 기대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좋은 매너로 한국 이미지를 고양하도록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경기에서는 물론 매너에서도 금메달을 딴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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