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일 총리가 지난달 29일 야스쿠니(정국)신사에 참배한 직후 「전쟁의 길을 용서하지 않는 여성모임」「평화유족회」등 진보적 민간단체들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폭거』라고 비난했다.그러나 이틀도 지나지 않아 이같은 비난은 정치권과 언론의 「이해·용인」대세에 쓸려 실종돼 버린 것이 일본의 분위기다.
보수색이 짙은 하시모토 내각의 각료 8명은 기다렸다는 듯 「종전기념일」인 8월15일을 전후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겠다고 공언했다. 보수 지류인 야당 신진당이 하시모토 총리의 참배에 이해와 공감을 표한 것은 물론이다.
그동안 군국주의의 상징, 정·교분리 원칙 위배, A급 전범 위패 안치 등을 이유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력히 반대해 온 사민당도 처음엔 「정치문제화」를 떠들더니 『개인적인 참배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보수 본류인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함으로써 전통적인「소금 기능」을 상실한 사민당의 위상이 극명히 드러난 셈이다.
언론도 대체로 「다음 선거에서 보수표를 얻기 위해 있을 수 있는 정치활동」이란 시각으로 흐르고 있다. 한국·중국의 반발을 「신경과민」으로 치부하는 시각까지 엿보인다. A급 전범을 제외하면 「야스쿠니의 전몰자」도 넓은 의미의 전쟁 희생자라는 일본식 논리가 100% 그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가해책임 인정과 사죄라는 전제가 충족되고서야 일본은 주변의 「몰이해」에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 해마다 8월이면 일본에서는 유일한 피폭국임을 강조하면서 세계에 평화를 호소하는 행사와 특집방송이 이어진다. 침략 책임 인정에 인색하기는 이런 행사와 방송도 마찬가지다. 무덥고 짜증스러운 일본의 8월이 또 다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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