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시기」 언급배경에 촉각/“뒤로 미룰수도” 양면 어법/“이미지 부각용” 일각 해석여권에는 금기사항이 있다. 대권논의의 시작과 대권후보의 조기가시화를 언급하거나 모색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된다. 만약 대권후보 조기가시화 등에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이는 여권핵심부의 의중을 거스르는 「항명」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이런 여권내 사정을 감안하면, 신한국당 이회창 상임고문이 31일 발행된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권후보의 조기가시화가 정국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거두절미하고 보면 대권논의의 자제를 요구하는 여권핵심부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 도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앞뒤 문맥을 보면 의도적인 항명이나 도전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고문은 이 주간지와의 회견에서 『권력누수를 막는데 좋다고 생각하면 대권후보 가시화는 뒤로 갈 수도 있다. 차기에 대한 논의가 지금과 같이 갑자기 부상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권논의 조기가시화」와 「적절한 시점에 논의」를 모두 거론한 셈이다. 이는 여권핵심부의 심기를 가급적 거스르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도 제고하려는 양면전략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여권의 상당수인사들은 그의 진의가 대권후보의 조기가시화에 무게가 실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그가 여권핵심부의 대권논의 자제요청과 관련,『전적으로 개인 결정에 달린것』 『바깥요인으로 하지 못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면 이고문이 왜 대권후보 조기가시화를 언급했을까. 그가 대중성은 갖추고있지만 당내기반이 없는 정치적 현실을 감안한 계산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당일각에서는 그의 조기가시화 발언을 우발적이라기 보다 힘에 눌리지않는 이미지 부각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다양한 해석속에 정작 이고문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그래서 그가 던질 다음 메시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여권내 반응/“액면 그대로… 생각겨를 없어” 이홍구 대표/“평소의 시각… 공론화엔 반대” 최형우 고문/이한동·김윤환·김덕룡·박찬종측 “노코멘트”
신한국당의 차기 대권주자들은 이회창 고문의 이른바 「후보 조기가시화」발언에 대해 그다지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있다. 다만 각 후보진영이 대권논의자제 필요성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상황에서 이고문의 발언이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 지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이홍구 대표측은 「조기」니 「가시화」니 하는 등의 용어자체를 생각해볼 겨를이 없다는 반응이다. 지금으로서는 올가을 정기국회를 잘 넘겨야하는 문제보다 더 큰 과제는 없다는 얘기다. 『이고문이 자기생각을 담담하게 피력한 것인 만큼 이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지 그 이상의 확대해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형우 고문측은 평소에도 이고문이 「대권논의 규제」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던만큼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맥락의 얘기를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최고문측은 지나치게 경계할만한 언급은 아니라고 보지만 자칫 조기가시화 문제가 공론화할 경우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고문의 한 측근은 『대통령의 입장에서 조기가시화 얘기를 듣고 기분좋을리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한동 고문측은 『수해복구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어떠한 정치적인 언급도 할 형편이 못된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김윤환 전 대표·김덕룡 정무장관측과 박찬종 고문진영도 『노코멘트』라며 언급을 하지않았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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