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억불어치 “무시못할 바이어들”/1,000불 초과분 부과 고가품 더 불리러시아의 보따리 장수들을 상대로 짭짤한 수익을 올려 온 서울 동대문 및 남대문 시장, 부산 국제시장과 초량의 외국인상가 등이 러시아 정부가 내달 1일부터 이들 보따리 장수에 세금을 부과키로 결정함에 따라 큰 타격을 면치 못하게 됐다.
러시아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한 새로운 세원개발 차원에서 마련한 이 「개인에 대한 수입세 부과법」은 개인적으로 1천달러 이상의 물품을 반입할 경우 3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모스크바 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보따리 장수를 통한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연간 3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모스크바주재 대사관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에서 한국방문 비자를 발급받는 러시아인은 연간 3만2천명가량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80%인 2만5천6백명 정도가 단체관광객이며 사실상 이들 모두가 보따리 장수라는 것이 대사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따리 장수 1명이 통상 한번에 들여 오는 물품이 1만∼1만5천달러어치로 파악되고 있어 한국에서 반입하는 소비재는 연간 총 3억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는 러시아 전체 보따리 장수의 연간 총 물품반입 추정액 30억달러의 10% 수준이며 한국 기업들이 정상적인 무역경로를 통해 러시아에 수출하는 수출총액(15억달러)의 20%에 달한다.
러시아 보따리 장수들은 한국외에 터키, 폴란드를 비롯한 동구 등에서도 물건을 대량으로 사들여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측이 법안 입안 당시부터 검토해 온 일정중량 초과시 ㎏당 6.5달러를 징수하는 방안과 함께 1천달러 초과분에 대해 30%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시행키로 함으로써 우리 상인들은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러시아 보따리 장수들이 사가는 물품중에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가전제품 의류 등과 무게는 적게 나가지만 가격이 비싼 안경테와 액세서리 등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 세법의 도입 목적이 자국산 소비상품의 보호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6·16 대통령 선거 이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측은 그동안 기존의 관세율 인상과 새로운 세원 개발등 두가지 방향에서 재정적자 해소방안을 검토해오다 징수가 간편한 개인 수입세법 시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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