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금세기 마지막 대축제라는 요란한 찬사속에 벌어지고 있는 애틀랜타 올림픽을 미국에서 TV를 통해 지켜보노라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197개 회원국이 모두 참가해 진정한 전세계인의 축제마당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이번 올림픽은 철저하게 미국만을 위한 「동네 잔치」로 전락했음을 느끼게 한다.미국사회의 소수민족인 한국인들은 개막식때부터 농락당한 기분이었다. 만사제쳐놓고 한국 선수단의 입장모습을 보려던 사람들은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단 기수 최천식의 늠름한 모습에 흐뭇해 한 것도 잠시일 뿐 화면은 이내 코카콜라 광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첫 주말을 집에서 TV와 함께 즐기려던 사람들은 계속 허탈감만 맛봐야 했다. 레슬링의 심권호가 금메달을 따내는 장면을 학수고대했던 사람들은 수영과 체조등 미국 선수들이 판치는 화면에 짜증이 났다.
특히 미국 여자체조가 단체전에서 러시아를 눌렀다며 흥분하는 모습은 냉전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이후에도 방송은 필드와 트랙 종목을 휩쓸다시피한 미국 선수들의 프로필을 내보내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같은 허탈감은 한국인만이 느낀 게 아니다. 방송사의 횡포에 분노한 소수민족의 항의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미국에는 많은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미국인들이 미국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 처럼 그들도 자기네 민족 선수들이 선전하는 장면을 고대한다. 오히려 그 열망이 더하면 더했지 덜할리 없다.
4억5,600만달러나 들여 올림픽 주관방송사가 된 NBC가 광고수입을 위해 미국팀 위주로 중계일정을 잡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에서도 최소한의 페어플레이의 룰은 지켜져야 한다. 미국 선수가 따낸 메달만큼 외국 선수들의 메달도 값진 것이다. 올림픽을 독점중계하는 방송이 올림픽정신을 퇴색케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인류평화를 기원하는 축제마당인 올림픽이 유일 강대국인 미국의 위력을 과시하는 무대로 전락한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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