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사고 냉철한 경영 임원 비율 10%까지/업계 활력 긍정평가속 가정도 충실 새 추세미국 기업 경영계에 우먼파워가 급부상하고 있다. 90년대들어 여성 경영인이 수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그동안 남성의 아성이었던 건설업, 증권중개업등에도 여성 최고경영인이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개방적인 미국 기업풍토에도 아직 성차별이 잔존하고 있으나 최근 부상하고 있는 비즈니스 우먼파워는 남성중심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파격적인 사고와 저돌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과거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가운데는 상당수가 독신주의자였던 것과 달리 최근의 여성경영인들은 가정에서 어머니와 아내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는 점도 새로운 경향이다.
미국기업에서의 우먼파워 급부상은 21세기를 앞두고 기업에 필요한 고급 경영인력의 저변을 확대하고 기업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의 전국여성기업인재단이 조사한 여성소유기업 현황에 따르면 96년 현재 여성소유기업 수가 795만개로 87년의 448만개보다 7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기간에 미국 전체기업 증가율 47%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미국 기업의 3분의1에 해당한다.
이러한 추세는 과거 세대의 경영자들이 아들에게만 기업을 넘겨줬으나 최근들어서는 딸에게도 가업을 잇게해주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다 경영학석사과정(MBA)을 이수한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서도 읽을 수 있다.
오너경영인 뿐 아니라 전문경영인 분야에도 여성들이 눈부시게 활동하고 있다.
건설회사 에런사에는 41세의 여성 레베카 마크씨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인도, 콜럼비아등지를 순회하며 가스 파이프라인과 발전소를 수주하고 건설하는 사업을 지휘한다. 저개발국가를 많이 출장다니다보니 마크씨는 폭도를 만나기도 했고 폭탄이 터지는 곳을 지나기도 했다. 이런 일이면 남자들이 맡는 게 보통이지만 마크씨는 남자경영인보다 일처리가 신속하고 과단성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증권회사 모건 스탠리에 관리담당 임원으로 일하는 엘레인 라 로취씨(47)는 남성 임원들이 꺼리는 악역을 맡고 있다. 그는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수천만달러의 지출을 줄이라는 특명을 받았다. 로취씨는 임원들이 거들먹거리며 흥청망청 쓰는 여행경비를 과감히 깎고 도서실 사서등 불요불급한 인원 160명을 냉정하게 해고시켰다. 그는 사내에서는 수많은 적을 만들었지만 남성 임원들보다 더 거칠게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끝매듭이 분명한 일처리 덕분에 회사내에서 주요한 위치에 올라있으며 미국 증권협회에서도 간부직을 맡고 있다.
증권업계도 남성중심의 보수적인 직종이었다. 그러나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가에는 최근 여성들이 주요직책에 오르고 있다. 메릴린치사에는 테레사 랭씨가 재무담당 부회장을, 로즈메리 버커리씨가 수석 부회장을 맡는등 임원 694명중 11%인 76명이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살로먼 브러더스사엔 170명의 임원중 9%인 15명이, 페인 에버사엔 465명중 10%인 46명이 여성이다.
미국의 여성기업인들은 회사에서는 냉철하게 업무를 처리하지만 가정에서는 아내와 어머니로, 사교의 장소에서는 여자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캐털리스트연구소가 올초 전국 1,000대 기업의 여성임원 1,251명과 최고경영자 3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결혼을 했고 64%가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정부를 쓰고 있다는 대답이 75%나 나왔다.
메릴린치사 뉴욕지점에서 일하는 린다 마르첼리라는 여성임원은 직원에게 문제가 생기면 가볍게 포옹하며 다독거려준다. 남성 고객이나 동료를 만나 키스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남성 상급자가 부하 여직원의 몸에 접촉하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하기 십상이지만 여성 기업인들에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아직 미국의 기업사회가 여성에게 완전히 개방된 것은 아니다. 캐털리스트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여성 임원중 52%,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25%가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회사의 비공식 활동에서 여성이 소외되고 있다는 응답은 임원의 경우 49%, CEO의 경우 15%나 나왔다. 예컨대 골프모임에 남자임원만 간다든가, 『여성은 이런 일을 할 수 없어』라고 대놓고 말하는 경험을 한번쯤 겪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여성의 기업활동은 확산일로에 있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50대 기업중 25개사가 여성인력의 중요성을 인식, 64%의 새로운 고용인력을 여성으로 채울 계획이다. 여성들의 맹렬한 기업활동으로 미국경제는 새로운 활력소를 찾고 있는 것이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미 여성직장인의 생활/기혼자비율 10년간 20%P 증가… 75%가 가정부 둬
미국에서도 직장에 다니는 여성에게 결혼과 가정, 살림살이등 사생활은 중요한 문제다.
캘리포니아대학의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 임원중 기혼자의 비율이 82년 49%에서 92년 69%로 증가했고 자신의 봉급이 가정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기간에 56%에서 66%로 늘어났다. 여성기업인들이 독신보다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면서 살림살이에 보탬을 주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캐털리스트 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는 75%의 여성임원이 가정부를 두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44%가 자녀들을 보육시설에 보내고 있다고 응답했다. 회사일을 하다보면 가정에 자연히 마음씀씀이가 줄어들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녀를 갖지 않겠다」(20%), 「결혼을 않겠다」(10%)는 대답은 소수에 불과했다.
굳이 임원이 아니더라도 결혼한 부부중 남편보다 봉급이 많은 여성들의 수가 늘어가고 있다. 미 노동부 통계를 보면 남편보다 봉급이 많은 여성은 95년 1,020만명으로 맞벌이 여성의 35%를 차지했다. 결혼을 해서 직장에 다니는 여성 3명중 1명이 남편보다 봉급이 많은 셈이다. 88년에는 이 수치가 760만명으로 29%에 그쳤었다. 여성이 가정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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