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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재 걱정(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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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재 걱정(장명수 칼럼)

입력
1996.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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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계속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두가지를 화제로 삼았다. 하나는 군인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한 분노, 다른 하나는 북한의 수재 걱정이다.이번 비 피해에서 군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26, 27일 이틀동안 사망·실종된 군인은 60명으로 전국의 민간인 사망·실종자 26명에 비하면 놀라운 숫자다. 군에서의 사고는 산사태가 막사를 덮쳐 일어났는데, 무려 13곳의 막사가 산사태에 무방비로 매몰됐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군인이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어도 아까운데, 막사가 무너져 죽다니 말이 되는가. 나라를 믿고 귀한 아들을 군에 보냈던 부모들이 어떻게 그 원통함을 삭이겠는가』라는 분노가 사회적 공분으로 치솟고 있다. 『군대는 안전한줄 알았는데…』라는 한 어머니의 통곡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

죽은 군인들의 나이는 눈이 부실만큼 젊은데, 그 의미없는 희생이 더욱 가슴을 때린다. 군 당국은 산악지대의 전방부대 시설이란 여러가지 제약때문에 장소 선택이 어렵고, 이번 폭우가 하루밤새 300∼500㎜로 워낙 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전술적 측면만을 고려하여 막사 위치를 선정한데다가 산사태등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고, 특히 이번에는 지휘관들의 상황인식이 안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웃들의 비 피해를 걱정하면서 한편으로 북한의 수재에까지 신경쓰게 된것은 주목할만한 변화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결코 남의 일일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 북한의 수재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같은것은 아니다. 북한이 어려워지면 남한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에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고, 북한 동포들의 고생이 더 심해질까봐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에 북쪽에서는 남쪽보다 더 심한 폭우가 내렸고, 작년에 수해가 심했던 신의주 안주등에 특히 많은 비가 내려 23, 24일 이틀간 각각 353㎜와 459㎜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년의 피해가 복구되기도 전에 또 큰 피해를 입은 북한 동포들의 딱한 처지, 다시 세계를 향해 손을 벌리게 될 북한 당국, 그들을 도와야 할 우리의 현실을 걱정하면서 통일이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나라를 믿고 군에 보낸 귀한 아들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공분, 남한의 수재뿐 아니라 북한의 수재 걱정까지 겹친 이번 홍수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해마다 겪는 수재에 대한 대비가 이처럼 소홀하다면 갑자기 닥칠 통일은 어떻게 될까. 수재의연금을 걷는 연례행사로 이번 수재를 넘겨서는 안될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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