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이 수마 이겼다/고지대 맨손 대피 기아의 공포/음식품앗이·단식기도로 극복「수마의 공포도 이웃사촌의 우애를 허물지 못했다」
경기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마을은 이번 수해기간 내내 「외로운 섬」이었다. 완전 고립된 채 사흘간 수마의 공포와 싸워야 했다. 그러나 29일 구조된 연천군 장남면 주민들은 수십억원의 마을 전체의 재산을 잃었지만 그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 재난속에 더욱 타오른 이웃사랑과 동포애를 확인했 기때문이다.
수마가 장남면을 덮친 것은 27일 새벽. 마을에서 3㎞ 떨어진 임진강과 사내천물이 범람하면서 엄청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일부 고지대를 제외한 장남면 원당리와 자작면이 순식간에 호수로 변했다. 저지대 논을 중심으로 35채씩 나뉘어 있던 원당2리의 70가구는 강으로 변한 논을 사이에 두고 고립, 삽시간에 외로운 섬으로 변했다. 원당1리와 원당3리 자작리등도 10∼20여가구씩 고립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몸만 간신히 빠져나온 주민들은 물에 잠기지 않은 고지대 집으로 모여들었다. 당연히 먹을 것이 모자랐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암흑이었다. 외부소식은 끊기고 하늘에서는 양동이로 들이붓듯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언제 그칠지도 알 수 없었고 밖에서 구조대가 올 가능성도 없어보였다.
김광철 목사(41) 내외 2명만이 기거하던 원당2리 장로교회 사정은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마침 인천에서 70여명의 학생들이 수련회를 와 있었다. 먹을 것이라고는 쌀 몇말과 라면 2상자가 고작이었다.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 27일 낮에는 단식기도로 점심을 때웠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할수록 이웃사랑은 커져만 갔다. 서로 집에 있던 쌀을 가져나와 끼니를 해결했다. 집이 고지대에 있어 침수를 면한 원당1리 남은경씨(21·여)는 『집을 잃은 10여명의 주민들과 서로를 위로하며 사흘동안 숙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육지속의 섬」이 됐던 사흘동안 이웃간의 우애로 고립과 기아의 공포를 이긴 주민들은 29일 아침 물이 빠지며 헬기가 구호품을 날라오자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하오에는 도로도 뚫렸다. 외부와의 교통이 재개된 것이다. 수마와의 싸움은 주민들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수재로 장남면 전체 2백20가구중 89가구가 물에 잠겨 2백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가족처럼 정성껏 키운 14만마리의 닭과 1백20마리의 돼지가 급류에 휩쓸려 떼죽음을 당했다. 마을이 생긴이래로 처음 겪는 엄청난 피해였다.<연천 장남면="조철환" 기자>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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