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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속 마실물 부족 “더 고통”/연천·문산·철원 이재민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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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속 마실물 부족 “더 고통”/연천·문산·철원 이재민 표정

입력
1996.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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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에 기름 둥둥 피부병 비상/철원 2천여명 4일째 고립상태경기 연천·문산, 강원 철원 등 수해지역 주민들은 29일에도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로 고통을 겪었다. 임시대피소에 수용된 이재민들은 수인성 전염병과 피부병 등 각종 질환의 전염 가능성에 새우잠도 편히 잘 수 없었다.

○…물이 넘쳐 고생했던 이재민들은 이제 물이 모자라 고통을 겪고 있다. 소방차와 급수차가 하루 수십차례 물을 나르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재민들은 0.5ℓ짜리 먹는 샘물 1개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 쌀씻을 물, 아기에게 분유 타먹일 물을 아끼려 흙탕물로 그릇을 닦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음식을 배급하던 대한적십자사 직원은 『먹을 물도 모자라는 판에 식판 씻을 물이 없다고 불평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방역 당국은 장티푸스 등 수인성전염병 예방을 위해 『끓인 물과 포장생수만 마시라』고 계도했지만 주민들은 『먹을 물이나 제대로 주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구호품도 부족해 연천군 주민들이 군청으로부터 배급받은 식품은 라면 1개가 고작이었다. 연천군 군남면 진상1리의 조득호씨(50)는 『구호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끼니 때우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문산읍내 상인들은 의류 가구 전자제품 등 상품들이 주유소 2곳 기름탱크에서 새어 나온 기름에 범벅이 돼 못쓰게 되자 망연자실했다. 상인들은 각가정과 공장의 기름보일러, 카센터와 공장 20여곳, 파손된 자동차 연료탱크 등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상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주민들은 기름이 온 몸에 엉겨붙는 바람에 피부가 빨갛게 붓는 등 피부병 증세까지 보여 이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119구조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도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등 기름에 의한 피부병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문산 지역에는 물난리의 혼란을 틈타 좀도둑이 설치는 바람에 이재민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했다. 좀도둑들이 구조·복구작업을 하는 척하면서 텅빈 집안과 가게에서 물건을 훔쳐 일부 주민들은 임시대피소에서 자지 않고 물이 찬 집 옥상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고 금융기관에는 직원 1∼2명이 남아 금고를 지켰다.

○…철원군 서면 자등1∼6리의 7백30여가구 2천3백여명의 주민들은 26일 새벽부터 마을로 통하는 길이 완전히 끊겨 나흘째 고립돼 있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들 6개 마을 주민들은 집중호우로 와수천이 범람, 도로 2곳과 다리 5곳이 끊겨 외부와 차단됐으나 통신두절로 그동안 고립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산사태로 숨진 사병 6명의 합동 영결식이 열린 국군춘천병원은 유족들의 통곡으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외아들 김기동 이병을 잃은 김충용씨(62·대구 칠성동 1가)부부는 아들의 관을 붙잡고 오열하며 한참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인제 국군현리병원, 화천군 사창리 215병원, 국군원주병원 등에서도 나머지 13명 사병의 영결식이 1군사령부장으로 치러졌다.<철원·연천·문산=이년웅·곽영승·김관명·윤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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