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마다 깨진 집기·쓰레기 가득/주민들 악취속 분주한 손길만【연천·전곡=특별취재반】 수마가 할퀴고 간 연천벌판에는 거대한 진흙더미와 망연자실한 주민들만 남았다.
밤새 분탕질하던 강물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시뻘건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논과 들판만이 수해의 참상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28일 하오 물이 빠진 차탄천 주변 가옥들의 처마밑에는 수초더미가 어지럽게 엉켜있었고 격류에 휩쓸려 내려온 드럼통 싱크대 슬레이트지붕등은 종아리까지 빠지는 진흙탕속에 처박혀 있었다.
연천읍내 상가도 폐허로 변해있었다. 물에 불어터진 진열품이 상가주변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군청 주변에는 새 오토바이 5대가 수초에 칭칭 감겨 넘어져있었다. 간판이 떨어져나가고 유리창이 모두 깨진 가게에는 흙더미와 쓰레기가 차고 넘쳐 숨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악취를 풍겼다.
제방이 터져 5천여명의 이재민을 낸 신서면 도신리의 비닐하우스촌은 비닐은 간데없고 앙상한 알루미늄 골재만 남아있었다. 하우스 안에는 채 익지않은 토마토, 오이등이 물에 반쯤 잠긴 채 나뒹굴었다. 물속에 잠긴 텃밭에는 옥수수의 잎사귀만 둥둥 떠다녔고 배추밭은 아예 자갈밭으로 변해있었다. 연천읍에서 신서면을 잇는 2차선 국도는 70m가량이 잘려나갔고 민둥산 밑에 있던 유원지 용천수농원의 진입로는 물에 떠내려가 흔적조차 없었다.
하늘을 원망하며 악몽의 이틀을 보낸 연천 주민들은 비가 가늘어진 28일 새벽부터 복구에 나섰다. 깨진 집기와 진흙으로 가득찬 집으로 돌아와 이불을 말리고 성한 가재도구와 전자제품을 찾아내 걸레로 닦아냈다. 무릎까지 차오른 진흙을 걷어내고 다락까지 쌓인 수초와 쓰레기도 문밖으로 끌어냈다. 집청소를 일찍 끝낸 주민은 이웃집의 피해복구를 돕는 우애도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물에 잠긴 농촌지역은 전기·전화의 불통으로 연락이 두절돼 피해상황집계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또 복구작업에 필수적인 중장비도 부족해 주민들이 애를 태우고있다. 연천군이 인근 시군과 군부대에서 긴급지원을 요청해 확보한 포클레인 페이로더 등의 중장비들은 연천―전곡 도로가 유실돼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동종합병원 운영/복지부 긴급방역도
보건복지부는 28일 경기와 강원 북부 호우 피해 지역에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긴급 방역활동에 나섰다. 복지부는 장티푸스 예방접종용 의약품과 살균제, 화장실 소독용 가루약 등을 공급하고 의료진으로 73개 방역기동반을 구성했다.복지부는 이와 함께 29일부터 국립의료원, 서울중앙병원, 인천 중앙길병원 등 3개 병원 의료진으로 구성된 이동종합병원을 전곡읍, 금촌읍, 갈말읍 등 3개 지역에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