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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은 소규모에서 나온다/서상록 중소기업연 부원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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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은 소규모에서 나온다/서상록 중소기업연 부원장(특별기고)

입력
1996.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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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청소 수리 관리나 경비업무를 용역회사에 맡기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다. 정보처리업무나 시장조사업무 등도 외부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전에는 자체 해결했던 일들이 차츰 외부조달로 넘어가고 있다. 모든 것을 자기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것은 전문가에게 맡긴다. 집중의 시대는 가고 분산의 시대가 오고 있다. 모든 것을 자기가 할 때 기업규모는 커지고, 경제력은 집중된다. 각 기업이 전문적이고 개성적인 일에 전업할 때 단위기업규모는 작아지고 경제력은 분산된다.자본주의경제가 발달하면서 처음에는 대규모화하고 경제력이 집중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 시기에는 표준화한 제품의 대량생산이 경제의 지향점이었다. 20세기의 마지막 4반세기에 접어들면서 전문화와 경제력분산의 경향이 고개들었다. 세분화한 고객의 요구에 맞추는 다품종소량생산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경향이며 우리나라는 이러한 변화의 과도기에 있다.

60년대 후반부의 세계적인 경제력집중현상을 보면서 프랑스의 세르방 슈라이버는 「미국의 도전」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예언했다. 『1985년 또는 1990년께 세계경제는 세계 제조업 총생산의 90%를 생산하는 12개정도의 기업 또는 거대한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90년대 초반부에, 작은 기업들의 연합구조가 창출하는 「연결의 경제」를 보면서 미국의 존 네이스비트는 「글로벌 패러독스」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다국적기업들이 세계경제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발상은 엄청난 착오였다. 중소기업의 연합구조로 변신한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성공적인 21세기에의 진입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세계경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들의 단위규모는 더욱 작아지는 현상이 세계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겨우 4반세기 동안에 세계경제의 큰 흐름은 이렇게 변했다. 세계경제는 지금 자체조달에서 외부조달로, 총체화에서 전문화로, 대규모경제에서 소규모경제로, 경제력의 집중에서 경제력의 분산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제 경제의 미덕은 「최대」가 아니라 「최선」이요, 「제일」이 아니라 「유일」이다. 흔히 하는 말로 표현하면 지금의 세계추세는 문어발식 다각경영이 아니라 세분화한 전업경영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 세간에 문제가 되고 있는 재벌의 경영다각화와 경제력집중도 이와같은 세계적인 큰 흐름안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가 작은 경제단위의 연합구조라는 「네트워크」구조로 이행하면서 중소기업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중견기업이 세계경영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략 70년대후반부터 성장추진력은 중규모의 기업들에 이전되기 시작하였으며 몇년의 시차를 두고 유럽경제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선진국중에서 예외적으로 대규모기업 지배체제가 가장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지만 일본에서도 지금 탈대기업의 움직임이 보인다. 기업의 규모를 성공적인 기업의 측정기준으로 삼는 「대기업 신화」는 퇴색하고, 클수록 좋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드러커(P.Drucker)는 중견기업의 위상강화와 다국적기업의 경영위기를 예견했다.

지금 세계경제에서는 성공적인 중소기업이 산업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면서 산업구조 전환의 첨병역할을 한다. 중소기업이 고용창출과 새로운 직종 창출면에서 대규모기업보다 큰 몫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혁신의 선도역으로서 창조적 사회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제력 위상을 높여주고 있는 가장 큰 힘은 정보화사회의 진전이다. 지금 구미 선진국에서는 토지나 돈이 아니라 지식이란 사업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사업을 일으키는 창업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발상이나 지식을 담보로 하여 창업자금을 빌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일으킨다. 이른바 기업가이다. 컴퓨터등 고도정보기기가 보급되고 있는 정보화사회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그 위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보다는 세분화한 시장의 급변하는 요구에 신축성 있게 대응하면서 다품종소량생산으로 갈 수 있는 중소기업이 오히려 이점을 갖게 된다. 이것을 「소규모의 경제」라고 부른다. 이 소규모의 경제가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경제가 「연결의 경제」다. 연결의 경제란 작고 전문적인 기업의 연합구조, 즉 「네트워크」가 이룩하는 경제다. IBM이나 GE 같은 대기업들과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스스로 작은 회사로 분할하여 작은 회사의 연합구조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결의 경제를 얻어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일부 대기업도 회사를 쪼개는 분사화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의 세계는 집중의 시대가 아니라 분산의 시대고, 대규모의 시대가 아닌 소규모의 시대다. 소규모 단위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시대다. 우리도 이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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