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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혜림 사건의 교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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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혜림 사건의 교훈(사설)

입력
1996.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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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초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정일의 전동거녀인 성혜림씨의 망명보도는 끝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성씨는 제네바의 별장에 왔다가 곧 모스크바로 돌아가 현재 북한측 보호하에 신병을 치료중이라고 한다. 이럼에도 당시 모든 국내언론이 성씨가 제3국으로 망명함으로써 김정일의 측근까지 탈북할 정도로 체제 붕괴가 시작됐다고 마구 보도하여 국민들을 놀라게 한 것은 잘못된 보도 태도이며 깊이 반성하고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성씨의 망명보도는 처음부터 사실성과 객관성을 결여했다. 잇단 탈북사태로 북한상황이 심상치 않았던 터에 성씨의 망명은 김정일의 전동거녀이자 그의 장남인 김정남의 생모라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인 주제였다. 그러나 뚜렷한 망명 근거도, 또 아무런 확인도 되지 않은채 「특종」경쟁에만 연연해 마구 부풀려 경쟁적으로 보도된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언론은 여기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망명 대상국을 놓고 성씨자매가 의견대립을 보였으며 망명지는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이라며 경쟁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큰 혼란을 준 것은 82년에 귄순한 조카 이한영씨가 흘리는 내용들, 즉 성씨자매가 탈출전 제3국과 모종의 합의를 했고 최종 망명지는 서울이며 정남이까지 데려오려 했다고 마구 쏟아내는 것을 그대로 보도했고 특히 대북정보를 관장하는 관계기관이 사실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은채 팔짱을 끼고 과열보도를 구경만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차적인 책임은 허구를 사실처럼 보도한 언론이 져야 한다.

북한의 경우 누구든지 망명의사를 지닌 것만 발각돼도 투옥내지 처형되기 때문에 망명관계 보도에는 지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철저히 보안과 비밀을 유지하여 망명이 성공 또는 매듭된 후에 보도하는 것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북한에 관한 오보나 잘못된 보도는 온갖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북한지도부를 자극하여 가뜩이나 냉랭한 남북관계를 더욱 경직시키고 불편하게 할 여지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성씨관계 보도중 언니인 혜랑씨는 제3국에 체류중이어서 완전 오보라고 할 수 없다고 할지 모르나 동보도의 초점은 혜림씨인 것이다. 아무튼 성씨 망명 오보사건은 80년대 김일성 사망 오보 소동에 이은 언론의 실수이다. 따라서 우리 언론 모두가 북한보도, 특히 사람에 관한 보도는 국민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신중하게, 또 확인한 후에 보도해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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