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그곳”서 쏟아내는 풍자변기 3개, 휴지·콘돔자판기, 비품함이 있는 화장실에 목욕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온다. 이름하여 「비언소」. 화장실과는 뉘앙스가 또 다른 「변소」를 살짝 비꼬아, 온갖 근거없는 잡동사니 말이 난무하는 곳이라는 뜻의 한자까지 척 얹었다. 극단 차이무(대표 이상우)의 세번째 정기공연작이다(8월2일∼9월8일 화∼목 하오 7시30분, 금∼일 하오 4시30분 7시30분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5명의 배우가 64개역을 바꿔 연기하며 28개 장을 엮어간다.
『하루에 5회 공연하는 데도 있습니다. 분명히 벗으면 벗을수록 관객이 듭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그건 연극이 아니라 변솝니다』 『연극만 변소가 아니라 세상이 다 변소예요』 ―어느 연출자와 극단대표, 교수가 각자 화장실칸에 앉아서 벌이는 논쟁이다. 『작년에 김동식이라는 남파 무장간첩이 잡혔는데요. …(김동식을) 신고했는데 보상금을 안주는 거 보니까 간첩이 아닌 건지… 신고 안했다고 잡아갔으니까 간첩이 맞는 건지…』 이번엔 배우들이 객석으로 다가와 소근거린다.
밑도 끝도 없는 논쟁, 술주정, 추행, 낙서나 신문의 광고쪼가리 읽기등을 통해 사회상에 대한 풍자가 이어진다. 극을 쓴 이상우의 주제의식은 차이무의 지난 공연 「늙은 도둑 이야기」와 어긋남 없이 일관된다. 반공이데올로기, 위정자들의 위선, 감시·검문·비밀정보활동의 존재등 우리 사회의 그늘이 소시민의 일상생활과 잠재의식에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그리고 있다.
연출은 후배 박광정(35). 93년 첫 연출작 「마술가게」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을 받았고 배우로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재주꾼이다. 관객 입장 때도 비밀경찰로 분한 단원들이 검색을 하고 사진을 찍는 등 연극에서만 가능한 장치들을 무대 안팎에 마련해 놓았다.
출연자는 이대연 송강호 오지혜 박원상 최덕문. 언제 나올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우정출연하는 문성근 이주실 명계남 여균동 유오성이 그들이다. 이대연이 출연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까지 받은 연우무대의 「날 보러와요」가 9월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선정되는 바람에 박광정은 대신 「품앗이 출연」을 한다. 3673―0792<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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