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계 중심 백담사서 「사상선양회」 결성/기념관·어록비·계간지 발행 등 다각적 사업한국근대불교사상사의 태두이자 「님의 침묵」의 시인으로 독립운동에 몸을 바쳤던 만해 한용운 선생(1879∼1944)의 삶과 업적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불교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만해탄신 117주년(8월29일)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작업은 승복을 벗고 환속했다는 이유 때문에 그의 업적을 소홀히 여겨온 불교계의 자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재조명 작업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 결성, 기념관건립, 스님어록비제막 등의 내용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만해의 문학·사상세계를 연구하고 기념사업을 펼칠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열반 52주기인 지난 6월29일 백담사에서 공식 발족했다. 백담사는 만해가 출가를 결행했고 대표시 「님의 침묵」을 탈고했던 명찰이다. 신흥사 회주인 오현 스님의 원력으로 결성된 선양회에는 만해학회(회장 한계전·서울대 교수) 만해사상연구회(회장 전보삼·신구전문대 교수) 등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산발적이고 단편적인 연구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고 체계적인 만해연구가 기대된다. 총재에 월주 조계종 총무원장, 공동대표에 지홍 낙산사 주지, 언론인 김규칠씨(전 KBS이사), 김재홍 경희대 교수, 운영위원장에 마근 백담사 주지를 선임했다.
백담사에 본부를 둔 선양회는 사찰내에 1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 각종 유품과 관련 문헌 등을 상설 전시하는 80평 규모의 만해기념관을 11월에 완공한다.
선양회는 또 종로구 관훈동에 서울사무소를 개설, 회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현재 2,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계간지 「만해새얼」을 발행, 정기적으로 연구성과를 담아낼 예정이다. 6월에 나온 창간호에는 ▲오늘에 만해를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만해시 한편 등이 특집으로 실려 있다. 공동대표 김재홍 교수는 『만해가 추구한 자유 평등 민족 통일 평화 생명사상은 분단된 오늘에 더욱 소중한 가치』라며 『역사 속에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위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만해의 고향인 충남 홍성군 홍성문화원은 8월14∼16일 제2회 만해제를 개최한다. 14일 전야제인 만해문학의 밤, 15일 길놀이 추모연극 기념식 추모영산재, 16일 백일장 대동제 등의 행사로 진행된다. 또 13∼17일 문화원 전시실에서는 시집전시, 만해영상 슬라이드쇼, 시화전 등이 마련된다. 대한불교청년회(회장 이상번)는 조계종총무원과 만해사상실천선양회 후원으로 8월25일 목천독립기념관에서 만해스님어록비 제막식을 갖는다. 어록비는 높이 5m, 너비 4.5m의 오석으로 앞면에는 만해가 1919년 옥중에서 쓴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 뒷면에는 연보가 새겨진다.
만해의 생애를 뮤지컬로 꾸민 「님의 침묵」도 극단 신시뮤지컬컴퍼니에 의해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 9월10∼26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님의 침묵」은 83년에 초연돼 상징적인 무대와 격정적인 선율, 빠른 장면전환 등으로 호평을 얻었다. 577―1987<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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