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발전에는 지름길이 없는 것인가. 역사에 교훈을 얻는 자는 현명하고 그렇지 못한자는 우둔하다고 한다. 나라차원에서는 흥망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다. 우리나라의 재벌체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소유와 경영이 일체화해 있으면서도 문어발식경영(선단식경영)이 날로 번창해가고 있는 형태다.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은 심각하다. 그들의 영향력은 경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치·사회·문화 등 나라와 사회전반에 걸쳐 강도있게 확산돼 있다. 힘은 정치권력 등 어떠한 성질의 것이건 팽창성향을 갖고 있다. 스스로 자기조절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행정·입법·사법 등 3권분립의 형태로 막아보자고 한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다. 자유민주주의의 선진국들이 시장경제 위에서 독과점금지체제를 일찍이 도입한 것도 바로 이 원리에 따른 것이다. 견제와 균형체제가 가장 잘 발달된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아있는 것도 그 체제·제도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역대 정권을 통해 정치적 권력남용의 폐해를 체험해 왔다. 3·5·6공 특히 집권자의 통치철학이 없었던 5·6공은 전통적 가치관과 사회기강의 파괴를 심화시켰다. 「역사의 청산」을 통해서도 원상회복은 이뤄질 수 없다. 우리는 국가와 정치권력의 제도권분화가 제도적으로 자리잡히기 전에 또 「다른 힘」의 남용 가능성과 부닥치고 있다. 재벌의 힘이다. 특히 정상급 재벌의 힘이다.
역사상 세계 어느나라도 재벌이 권력과 언론을 함께 장악한 적은 없다. 우리재벌들은 이러한 인류 미답의 경지에 도전했다. 정치에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92년 대통령선거 낙선으로 그 시험은 일단 끝났다. 언론의 장악시도는 활발하게 진척중이다.
삼성그룹계열의 중앙일보가 부수로 봐서 소위 상위 4대지안에 진입한지가 오래되고 최근 조간으로 전환이후 삼성그룹의 엄청난 재력등 힘을 뒤에 업고 무가지 대량살포, 고가경품증여, 판매조직 스카우트 등 살인까지 부른 무분별한 판촉으로 시장질서를 파괴하면서 독자확장에 혈안이 되고 있다.
타사들도 부수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상의 재벌그룹계열사인 중앙일보와는 판촉경쟁이 되지 않는다. 탈법적인 판촉이 방치되면 장기적으로 봐 그들의 신문시장지배는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 우려되는 사태다.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이 단절되지 않는 한 중앙일보는 삼성그룹의 「나팔수」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효성 교수(성균관대 신방과)는 한국언론학회가 26일 주최한 『신문전쟁, 이래도 되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정치권력이 소유한 언론이 정치권력의 나팔수에 불과하듯이 재벌이 소유한 언론은 재벌의 나팔수에 불과하게 된다』고 했다.
재벌신문은 특정재벌의 이익을 우선시키게 되므로 신문으로서의 공익성과 사회성을 훼손시키기 쉽다.
이제 재벌신문의 영향력이 더 커지기전에 제동이 필요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재벌신문문제에 대해 이번에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높다.
심재택 「미디어 오늘」편집인은 『재벌의 신문소유만은 금지돼야 한다』면서 『신규진입은 막고 기참여신문은 모그룹과 단절해야 한다』고했다. 박종웅 의원(신한국당)이 언급한 「정기간행물의 등록에 관한 법률」개정 등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정간법은 『대통령이 정하는 대기업 또는 계열기업은 일간신문이나 통신을 경영하는 법인이 발행한 주식 또는 지분의 2분의 1을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취득기준을 엄격히 낮추자는 것이다.
바람직한 것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중앙일보와의 분리를 단행하는 것이다. 이회장은 몇번에 걸쳐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의 분리를 공언한 바 있다. 이회장이 그 공언을 꼭 실천으로 옮겨줬으면 한다.사실 삼성그룹은 이제 매출액이 국가예산과 맞먹는 60여조가 됐다. 신문의 엄호가 필요한 단계를 넘어섰을 것이다. 이회장의 대국적 결단을 기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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