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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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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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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이 등장하면서 우리 주위에서 연필이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지 오래다. 필기도구하면 연필을 금방 떠올릴만큼 사랑을 받았으나 볼펜에 밀려 찬밥신세가 돼버렸다. 연필을 몰아내고 한동안 군림했던 볼펜도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연필과 같은 신세가 되어 가고 있어 격세지감을 갖게 한다. ◆이 때문에 연필 및 볼펜회사들은 살아 남기 위해 사업의 다각화를 꾀하는 등 몸부림을 치고 있으나 사정은 호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량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같은 현상속에서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만년필이다. 잉크를 넣어 쓰는 등의 불편함 때문에 내리막길을 걸을 만도 한데 정반대다. 멋과 손에 잡았을 때의 안정감 때문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지닌다. 싸구려보다 고급만년필이 더 잘 팔린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만년필의 명품인 몽블랑사의 노버트 플라트사장이 한국에 왔다. 몽블랑사는 펜에 알프스 제일봉인 몽블랑의 높이를 나타내는 4,810이란 숫자가 새겨 있는 「몽블랑NO.149」등으로 70년 가까이 세계시장에 군림하고 있다. 뛰어난 기능과 함께 우아한 품격은 남성의 필기도구라 할만하다. ◆플라트사장은 「몽블랑은 단순히 필기도구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만년필을 만든다」며 「펜촉 하나를 만드는데 1백50개의 공정을 거친다」고 명품생산의 비결을 밝혔다. 싸구려 인상이 강한 우리 상품에 가장 아쉬운 것이 바로 이같은 의식과 공정이다. 우리도 혼을 담은 생산으로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브랜드가 줄줄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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