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뒤끝의 집중호우가 엄청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냈다.경기북부와 강원서북부 지역에 26, 27 양일간 시간당 70∼80㎜, 지역에 따라 3백㎜ 또는 4백30㎜씩 쏟아부은 집중호우로 인해 경기 연천군 연천읍 부근을 흐르는 차탄천과 청산댐이 27일 새벽에 범람했다. 연천읍이 완전 침수돼 4만여 주민들이 긴급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강원 철원군 3개 읍도 침수돼 3천여가구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집중호우는 곳곳에서 산사태를 빚어 고성과 화천에서 또 다시 2개 군부대 막사가 매몰돼 34명이 사망·실종했다. 집중호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셈이다. 허망감을 금키 어렵다.
하루 이틀 사이에 3백∼4백㎜이상의 폭우를 쏟아 부을 정도의 집중호우라면 천재지변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한 천재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불가항력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장마철을 맞으면서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례 행사인 여름철 수재에 대비하는 행정과 주민들의 대응태세는 처음부터 빈틈이 엿보였던게 사실이다.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허술한 대비로 수십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던 것을 보며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예년보다 강우량이 턱없이 적은 장마철은 큰 피해를 내지 않고 물러가는 듯했다.
지난 주말 「장마 끝」 예보가 나온 뒤에 주 후반부터 경기·강원북부 지역을 덮친 집중호우는 재난 대비의 허점을 여지없이 강타했다. 또 우리가 아직도 수재의 위험에서 여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각인시켜 주는 또 한번의 계기가 됐다.
천재든 인재든, 재난은 사전에 예비하고 사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여름 장마철이면 1천2백㎜ 이상의 비가 내려 수난을 겪어야 했던 것은 조상 전래의 연례행사와도 같은 일이다.
그런데도 큰 비만 오면 하천이 범람할 만큼 허술한 제방관리와 도시 저지대의 침수 위험지역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가 당하고 마는 것은 우리 행정의 재난 대비태세와 능력이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계기로 내무부에 설치한 재난대책본부는 장마철 대비를 어떻게 했기에 또 당하고 만 것인지,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
또 민선지자체장 체제의 일선 시·군들이 자치란 구실아래 재난 대비 기능마저 허술하게 내팽개쳐 뒀던 것은 아닌지도 철저히 점검해 볼 것을 우리는 촉구하게 된다.
불의의 수재로 생명을 잃은 병사들의 유가족들과 아픔을 나누고, 수재민을 돕는 일에 우리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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