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마저 끊겨 완전 고립상태로/출동헬기 폭우로 그냥 돌아가/군 보트도 물살 거세 접근 애로/주민들 “물빠지기 기다리는게 대책이냐” 분통연천군 일대가 아비규환으로 변했는데도 당국의 구조활동은 말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27일 새벽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쏟아지는 폭우로 한탄강과 임진강이 범람, 연천군 일대의 주민들은 순식간에 방문을 넘어 들어오는 물사태에 몸만 간신히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대피한 주민들은 다행이었다.
연천군 차탄리와 내산리의 일부 주민들은 허겁지겁 옥상위로 올라가거나 무작정 높은 곳으로 올라가 고립됐으며 연천공설운동장에 대피한 주민들은 한숨 돌리기도 전에 밀려오는 물때문에 서둘러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주민들은 온통 싯누런 흙탕물에 갇혀 불안에 떨었지만 구조의 손길은 멀기만 했다.
이날 상오 7시20분께 차탄천이 범람하면서 신서면 도신4리 율무시험장과 연천초등학교의 직원 10명이 옥상으로 대피하는 등 연천군과 철원군 화천군일대에서 모두 1만여명이 고립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천읍 신서리의 3번국도가 거침없이 밀려드는 물살에 유실되고 경원선 철로가 유실되는 등 곳곳에서 주요간선도로가 단절돼 복구장비의 이동은 생각조차할 수 없었다. 연천군청은 뒤늦게 『빨리 높은 곳으로 대피하라』는 방송만 반복했을 뿐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상오 8시20분께 경찰헬기 2대가 출동했으나 계속되는 폭우로 고립현장에 접근조차 못하고 주민들의 애타는 구조요청을 뒤로 한 채 15분만에 돌아가고 말았다. 통신도 끊기고 전기마저 나가자 그나마 미미했던 당국의 구조활동은 완전 중단되고 말았다. 경기도와 연천군 재해대책본부관계자들은 통신두절로 구체적인 피해상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헬기구조가 어렵자 군당국은 상오 10시30분께 인명구조용 고무보트 30척을 신서면 내산리와 신탄리 등에 서둘러 출동시켰으나 물살이 거세 접근하는데 애를 먹었다.
상오 10시45분께 백학면 백령리에서는 산사태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자 1명이 매몰됐다가 대피하던 주민들에 의해 즉시 구조됐으나 도로가 두절돼 치료를 받지 못했다. 구조헬기도 4시간이 지나도록 출동하지 못해 주민들만 발만 동동 굴렀다.
복구활동은 하오가 되면서 강우량이 줄어들고 물이 서서히 빠지고 나서야 겨우 시작됐다.
90년 자유로제방이 터지는 바람에 고양시일대가 물에 잠기는 등 해마다 수재가 반복됐지만 당국은 홍수에 대비한 비상통신 수단확보등 초보적인 대책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피해가 더 컸다. 연천일대 주민들은 『당국의 대책이라고는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질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것 뿐』이라며 허술한 수방대책에 분통을 터뜨렸다.<연천=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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