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거리 마지막 “지성의 등대”/학생운동 퇴조속에도 “옛모습 그대로”학생운동이 퇴조하면서 대학가 사회과학 전문서점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는 가운데 여전히 학생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 서점이 있다.
서울대앞 녹두거리에 위치한 「그날이 오면」은 요즘에도 하루 500여명의 학생들을 맞는다. 사회과학 서점들이 한창 잘 나갈 때와 비교해 매상도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12월에는 경영난에 허덕이던 또 다른 사회과학 전문서점 「전야」까지 인수해 매장도 넓히고 장서도 늘렸다. 「그날…」이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예전의 대학가 서점들이 하던 기능을 고스란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서점 정면유리 등 여백이 있는 곳이 모조리 학생들의 약속 메모지로 메워진다. 메모지의 홍수로 구별하기가 어려워지자 「그날…」은 각 단과대별로 다른 색깔의 메모지를 서점안에 준비해 학생들의 편의를 도왔다.
이따금씩이긴 하지만 가두시위때 학생들의 가방을 맡아주던 보관소의 역할을 여태껏 계속하고 있다. 단골인 학생고객이 외상을 요구하면 거절하지 않는 것도 예전과 다르지 않다. 「하숙촌 은행」의 기능도 떠맡고 있어 급전이 필요해 헐레벌떡 달려오는 단골학생도 많다.
주인 김동운씨는 『이념의 퇴조가 학생들의 지적욕구를 누그러뜨린 것은 아니다』며 『유흥가처럼 돼가는 대학가에서 지성의 공급처 역할을 하려고 시작한 만큼 경영이 아무리 어려워도 학생들 곁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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