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두시간전 점검 지시불구 조치안해/산기슭아래 위치 사태나면 “속수무책”사병 20명이 몰사한 강원 철원군 동송읍 대마리 군 막사 매몰사고는 원인을 집중호우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문제의 본부중대에 직접 근무한 적이 있는 국방부 한 관계자는 『도저히 산사태가 날 수 없는 지역인데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다』고 의아해 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 아니라도 산사태로 군 막사가 매몰된 사고는 전례를 찾아보기가 극히 힘들다.
사고가 난 지역은 53년 이후 우리 군의 퀀셋 및 블록막사가 있던 곳으로, 지난해 11월 이 막사들을 뜯어내고 현재의 막사를 지었다. 군관계자들은 이 공사를 하면서 지반을 잘못 건드렸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전 막사가 40년 넘게 있었지만 자연재해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지반이 튼튼했다는 말이다. 퀀셋 막사를 짓기 전 이 지역은 농가와 논밭터가 있던 곳이었다.
지금도 부대 주위에는 농사짓는 마을이 있다. 이 지역은 게다가 땅의 주성분이 마사토여서 쉽게 흘러내리거나 무너지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고가 난 부대는 또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해 물이 잘 빠지는데다 막사 뒷산의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아 산사태에 무방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산사태가 일어난 8부능선은 작전을 위해 교통호를 파는 등 산 일부를 깎아내 사고위험을 안고 있었다. 특히 이 부대는 사고가 일어나기 2시간전쯤 상급부대로부터 『집중호우가 예상되니 안전점검을 하라』는 지시를 받고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축된 막사가 영구막사가 아닌 반영구막사라는 점도 인명피해를 크게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고가 난 대대는 전방철책지역 부대여서 위치변경이나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I자형 조립식 철패널의 반영구 막사를 새로 지어 사용해 왔다.
철판패널 막사는 철책부대등 작전지역 내에서 소규모 단위의 병력이 거주하는 막사로, 영구막사에 비해 일반적으로 견고함이 떨어진다.
철책부대 막사는 적 수류탄공격으로부터의 안전확보를 위해 산후사면에 위치하게 마련이다. 산사태가 날 경우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취약점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막사 뒤 산 경사면에 뗏장을 입히는 등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고가 난 막사는 경사면에 잡목이 있어 별도의 재난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 경우 배수로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어야 했는데도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지적됐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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