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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서 산사태 참사라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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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서 산사태 참사라니(사설)

입력
1996.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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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산사태에 묻혀 잠자던 군인 20명이 숨진 사건은 너무나 허무한 일이다. 일견 불가항력의 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군이 조금만 더 안전에 유의했다면 이 아까운 젊은이들의 희생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더욱 안타깝다.사고 지역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었고, 25일 밤부터 7시간동안 1백78㎜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내무반 막사는 야산 밑에 하천을 끼고 설치돼 있었다. 지반이 약한 야산은 누가 봐도 산사태의 위험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곳이었다. 더구나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면 부대장은 잠든 병사들을 깨워 대피시킬 준비라도 지시했어야 마땅하다.

일반 민간인 마을도 아니고 24시간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훈련돼 있어야 할 전방부대에서 이런 사고를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은 너무나 어이없다. 군의 기강해이로 밖에 달리 이해할 방법이 없다. 불침번은 무엇을 하자고 있으며 당직사관, 당직사령은 다 어디 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부대라면 소속 군인의 안전은 말 할 것도 없고, 인근 마을에 혹시 호우 피해가 없는지, 인명구조에 나설 일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군부대 운용의 상식이다. 우리가 군의 기강확립과 안전사고 예방을 다시 한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군기 및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군인이 연평균 3백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군부대 내 폭력을 못이겨 자살하거나 무장탈영해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사건도 빈번하게 보도되고 있다.

군은 이럴 때마다 문제사병이 군보다는 그전의 사회생활에서 교육을 잘 못받은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그처럼 안이한 자세는 지휘관의 직무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군에 징집되는 새세대 젊은이들은 과거와 다르다. 대개는 한집에 한둘 밖에 안되는, 대를 이어야 할 귀한 아들들이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교육받은 환경이 모두 다르다. 그만큼 개성도 다양하다. 이들을 낯선 군생활에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군의 교육과 훈련 내용도 그만큼 달라져야 마땅하다.

하물며 전투나 훈련상황도 아니고 산사태를 피하지 못해 허무하게 떼죽음한 것을 군은 그 부모에게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인가. 북한의 군사도발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휴전선 상황이다. 군의 기강이 어느 때보다 확고해야 할 때임을 다시한번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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