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체제의 비틀거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많은 북한전문가들이 진작부터 지적해 왔다. 하지만 대북정보수집과 분석 및 전략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안전기획부의 권영해 부장이 국회보고에서 최근 북한체제의 갖가지 문란상을 예시하면서 「총제적 위기」로 규정한 것은 주목된다. 이는 곧 붕괴조짐 내지 붕괴가 시작됐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각별한 대비를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1980년대말 소련과 동구 공산체제가 붕괴되고, 특히 2년전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과 고립화로 고장난 비행기 또는 브레이크가 파열된 화물트럭 등으로 비유되어 왔다. 특히 작년 여름 대홍수는 가뜩이나 경제난인 북한을 강타, 「주체의 나라」답지 않게 전세계에 식량을 구걸하는 처지로 돌변케 한 것이다.
이번 권부장의 북한사정진단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당·군·정간의 갈등과 행정체계의 문란, 사회기강의 해이, 혼란가중을 최근 상황의 특징으로 전하면서 김정일이 식량난 등으로 악화한 권위의 약화 등을 커버하고 체제유지를 위해 보위사령부를 확대하고 공개 총살을 하는 등 군부 중심의 강압적 공포통치를 하고 있다는 것. 또 도시에까지 농민시장이 확산, 1만여명이나 모여 들고 있다는 소식 등은 북한체제의 심각성을 말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북한체제는 동구공산국처럼 어느 정도 예고된 상황에서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떠한 상황으로 폭발되고 전개될지 예측 불허다. 수개월∼1년 이상 배급중단으로 대부분의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 또 전력의 65%를 휴전선 인근에 배치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명령만 있으면 행동한다」 「방아쇠 당길 일만 남았다」고 호언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쌀구걸과 나진·선봉에 투자를 호소하는 것이 북한의 모습임을 정부와 국민은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붕괴는 당·군내부의 권력 유혈투쟁 또는 경제난·식량난으로 사회기강이 완전히 와해되어 주민들의 대거 탈북남하사태, 김정일 축출후 집단지도체제 구축과 이들에 의한 완화된 강권통치와 개혁·개방 등을 상상할 수 있다. 또 이런 사태가 예고되지 않은 채 돌발할 것이 분명한 만큼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예측 가능한 모든 붕괴와 체제변화를 상정하고 이에 따라 각 부처가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때로는 김정일 체제라는 새 체제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원해야 하는지 외면해야 하는지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저들이 체제붕괴와 주민저항을 막기 위해 감행할 대남무력도발에 대해서도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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