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은 사랑인가 미움인가/인간·동물 행동분석통해 “착한 심성으로 변화” 결론최근 우리 사회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10대소녀 집단성폭행 사건은 인간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진화메커니즘의 정점에 있는 인간본성은 더이상 착하게 바뀔 가능성은 없을까.
이 달말께 민음사에서 나올 독일의 동물행동학자 아이블 아이베스펠트(68)의 「사랑과 미움―원초적 행동방식의 변천사」는 문화비교학적 분석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다양한 행동의 근원을 추적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성서에 기록된대로 「인간은 카인의 후예」임을 들어 공격성이 인간의 본성이며 인간행동의 주동기임을 믿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한 견해의 오류를 하나씩 벗겨간다.
이 책의 초점은 인간행동의 분석을 토대로 인간이 본래 사랑의 동물인가 미움의 동물인가를 규명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는 분석의 한 틀로 계통발생사적 생성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는 생물비교관찰방식을 원용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으며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나 오랑우탄 등에서부터 갈라파고스섬의 핀치새, 심지어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류의 동물도 고찰하고 있다. 먼저 인간사회와 동물집단에서 공격적 본능은 어떤식으로 표출되고 자제되며, 또 성적 충동은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지 두루 살핀다. 예를 들어 유대결속을 위한 격식의 하나인 인사법에도 종족과 동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껴안기 키스 어루만지기 코비비기 입술비비기 깨물기 미소 눈인사 머리끄덕이기 등. 이러한 동작들이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 문화적 비교를 통해 설명한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키스와 유사한 행동방식. 무는 키스는 리듬있게 반복된 갉기나 자제된 깨물기의 일종으로 공격적 본능의 이차적 표현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노예들이 주인 앞에서 몸을 던지고 흙냄새를 맡으며 땅에 키스한다. 이러한 극단적 복종행위는 아프리카의 한 부족에서도 나타난다. 카퉁가는 만솔라 왕이 통치한다. 백성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그와 마주치게 되면 그 자리에서 땅에 몸을 던지고 땅에 머리를 두번 비빈다. 그런 다음 가까이 미끄러져 다가가서는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있다가 왕이 가까이 오면 땅에 키스를 하고 양쪽 뺨을 땅에 대 머리 얼굴 입술 가슴이 「예의바르게」 붉은 흙으로 뒤범벅이 되면 비로소 전제군주 옆에 앉을 수 있다.
지은이는 악수나 인사법, 입맞춤 등 이러한 행동의 근원에는 사랑이 잠재해 있다고 설명하면서 결국 공격성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존재일뿐 인간은 사랑의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선천적으로 인간은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고 태어나지만 규범의 추구와 수정을 통해 충동을 억제하고 착한 심성으로 변화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한양대 강사인 조정옥씨가 우리말로 옮겼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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