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사는 남편들도 뭉쳐야 산다?/애주·수다 「동호형」서 실연·실직 「동병형」까지『평범한 만남은 싫다』 사회가 다변화하고 신세대들 취향도 다양해지면서 이색 모임이 인기를 더하고 있다. 직장내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동호회나 소모임이 활성화하고 있는가 하면 컴퓨터 통신을 통한 특이한 모임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재미있는 모임이 상당수 있다. 컴퓨터 통신 「하이텔」에는 「맞고사는 남편들의 모임」「우스개를 통해 만난 골때리는 사람들의 모임」「횡설수설 모임」 등 독특한 동호회가 즐비하다.
『어떤이들이 그러더군요. 왜 맞고 사느냐구요. 허허∼ 그러나 맞아보면 다 정답이 나옵니다. 맞을 수 있는 정신자세, 그 정신이면 이 사회와 가정에 충분히 봉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맞고사는 남편들의 모임」회원들은 아내에게 맞는 남편이라기 보다 아내를 위해 언제라도 희생할 마음가짐이 되어있는 「신세대 애처가」임을 자처한다.
「횡설수설 모임」은 그야말로 무질서한 말들이 난무하는 곳. 형식과 규범에 얽매여 나누지 못했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정회원만 160여명. 정기모임은 월 1회로 돼 있지만 시간과 뜻이 맞는 회원들끼리 통신 상에서 약속을 정해 만나는 「번개모임」은 한달에도 수십회에 달한다. 20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의 한 마을에서 MT를 갖고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이 모임 운영자 김창환씨(23·강서구 등촌동)는 『신세대들은 구체적이고 특화된 모임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깊이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추구하는 「학구파」들의 이색 모임도 있다.
신촌지역 3개대학 교수 몇명이 제안, 91년부터 기수별 모임을 갖고있는 「작은 대학」은 대학내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비주류 학문을 탐구한다. 1년 코스의 이 모임은 현재 8기 모임이 진행중. 20여명의 교수진이 엄격한 졸업논문 심사를 하는 등 학칙이 까다로워 이 모임을 거쳐간 300여명의 학생 중 졸업의 영예를 안은 학생은 단 7명에 불과하다. 지난달 1일에는 연세대 장기원기념관에서 환경운동에 관한 학술제를 열고 토론시간을 갖기도 했다.
LG전자 내에는 외국풍습 연구모임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중국·독일·인도네시아 연구회등 모두 4개의 연구모임이 운영되고 있는데 일본연구회는 32명의 회원이 월1회 정기모임을 갖고 토론을 통해 「일본 바로 알기」에 주력하고 있다. 해마다 일본탐방도 한다.
이밖에도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는 「실연클럽」이나 「백수동」등의 모임이 통신에 자리잡고 있고, 「술사랑 동호회」「식도락 동호회」「TV―Mania 동호회」등 마니아들의 모임도 있다. SF만화나 공포영화 등 이색 장르에 관한 모임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별난 모임」의 성행에 대해 연세대 사회학과 조혜정 교수(47·여)는 『획일적이고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탈피, 소규모 모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그러나 공동체생활을 도외시하고 그 틀에만 안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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