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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팸플릿/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입력
1996.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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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아예없고 광고·인사말만 장황/어려운 글·외국어 일색 많아 관객 “짜증”공연 팸플릿과 전단이 너무 부실하다. 외양은 화려한데 알맹이는 없이 광고가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거나 현학적 문구와 어려운 전문용어, 외국어 표기 일색이어서 안내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출연자 소개만 할 뿐 작품설명은 커녕 작품이름의 한글 표기조차 없거나 제목, 레퍼토리의 맞춤법, 알파벳 철자법이 틀리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공연은 늘어나고 있지만 문화소비자들의 편에 서서 생각하는 자세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6월말에 열린 한 여성성악가의 귀국독창회 전단. 불어 독어 이탈리아어로 연주곡이 표기돼 있을뿐 한글은 단 한 자도 없다. 5월에 열렸던 외국의 한 유명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도 팸플릿은 대형 판형에 사진을 여러 장 넣어 호사스럽게 만들었지만 정작 중요한 설명은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검거나 푸른 색의 어두운 바탕에 박아 넣어 읽기가 힘들게 돼 있었다.

다른 장르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드는 오페라공연은 팸플릿도 대부분 호화롭게 만든다. 그런데 내용의 절반 이상, 심하면 거의 대부분이 광고나 공연관계자들의 인사말이다. 5월의 한 대형오페라 팸플릿을 보면 42쪽중 공연설명은 14쪽에 불과했다. 관객을 위한 정보서비스가 아니라 후원·협찬사를 위한 광고인쇄물로 전락한 느낌이다.

무용팸플릿은 작품소개가 더 부실하다. 창작물의 경우 대부분 창작모티프가 된 시구절이나 추상적 어구를 나열하는 데 그쳐 일반관객들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 팸플릿에 실린 공연사진과 작품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내용이 부실한데도 연극공연에서는 초대·할인티켓을 갖고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반드시 팸플릿을 사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팸플릿이 매표수입의 보전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관객을 위해 성의껏 만든 전단이나 팸플릿은 그리 많지 않다. 6월에 열린 소프라노 이춘혜씨의 독창회 팸플릿은 영어 불어 러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등 5개 국어로 된 노랫말을 꼼꼼히 한글로 옮겨놓아 감상에 도움을 주었다. 또 현대음악을 주로 공연하는 H기획의 경우 늘 작곡가와 작품, 연주자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어 공연이 끝나더라도 음악공부의 좋은 자료가 된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공연자들이 표를 파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문화를 가꾼다는 마음가짐으로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오미환·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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