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항공이 군간부와 짜고 군사기밀을 빼돌리다 군 수사기관에 적발된 사건은 국민을 아연케 한다. 재벌의 맹목적 이윤추구가 마침내 국가안보체계마저 아랑곳하지 않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이 사건에서는 물론 군사기밀의 허술한 관리가 먼저 지적돼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우리가 통탄해 마지않는 것은 재벌기업의 하수인이 그 허점의 틈새를 파고들어 자기 나라 군사기밀 빼내기를 마치 적국에 잠입한 간첩처럼 감행했다는 점이다. 이윤추구에 왕도가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거대 삼성의 방법으로서는 너무도 저급하다. 「초일류」라는 삼성의 밑바닥 상도의를 보는 것 같다.
국군기무사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은 관련업체에서 전역이 임박한 현역 장교들에게 접근해 취업보장을 미끼로 군사기밀 유출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으로 구속된 삼성항공의 두 간부는 예편후 얼마 안돼 각각 삼성항공에 입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삼성재벌의 경영방식이 얼마나 인간성을 황폐화시키는 비열하고 파괴적인 것인가를 유추할 수 있게 한다. 군에 복무하는 장교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진급심사에 탈락해 중도에서 예편되는 일이다. 그들의 대부분이 어린 자녀를 가진 30∼40대 한창 일할 나이의 영관 장교다. 이들에게 전역후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것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삼성은 바로 이 인간적 약점을 이용해 군안에 정보원을 포섭했고 군안에서의 앞날이 불안한 장교들은 이 악마적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타락하고 만 것이다. 비난받아야 할 대상이 어느쪽인가는 누가 봐도 자명한 일이다.
군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 수사과정에서 관련자들이 불순세력과 연계됐는지를 집중조사했으나 그런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우리는 이같은 수사결과에 만족할 수 없다.
우리는 바로 엊그제 발표된 북한 고정간첩 정수일사건을 보았고 최근 북한의 도발적 자세로 보아 이같은 간첩활동이 과거 어느때보다 활발할 것이라는 개연성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국방부청사 사무실에서 방산업체 직원과 군간부간에 아무렇지 않게, 안보의식 없이 주고받은 군사기밀이 이들 불순세력의 손에 넘어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차제에 군은 군사기밀 관리체계의 단속과 함께 삼성항공을 비롯한 방산업체와 군 간부간의 조직적인 정보유출 통로를 철저히 조사해 사건을 조기에 축소하려 한다는 항간의 의혹을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장교는 전역후 일정기간 관련기업에 취업할 수없도록 하는 법규정비도 하나의 예방책이 될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또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간 삼성그룹의 국가적 사회적 파괴행위도 이제는 마땅히 정부의 제재를 받을 때가 됐다고 본다. 당국의 엄중한 조치를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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