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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재벌언론 국민 외면 “설땅없다”/앵포마탱지 등 실패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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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재벌언론 국민 외면 “설땅없다”/앵포마탱지 등 실패사례

입력
1996.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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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공세·요란한 편집 “반짝”/「정론」 풍토속 2년만에 종말/자금난 「르 피가로」 재벌 제한참여도 “독립성 상실”재벌이 언론에 욕심을 품기는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론사를 소유할 경우 총수 개인의 사사로운 정치·사회적 영향력과 이를 악용해 기업경영에서 얻는 직간접 이익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률적 제한에 앞서 국민정서가 재벌언론을 외면하는 것이 프랑스 풍토여서 그것이 욕심처럼 쉽지가 않다.

1월 폐간한 앵포마탱지가 재벌언론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앵포마탱은 94년 1월 프랑스 최대의 택시재벌 G7사의 앙드레 루스레회장이 출자해 창간했다. 타블로이드판의 이 일간지는 자금력을 무기로 엘리트 기자들을 무더기 스카웃하고 전면컬러 제작 등 요란한 편집을 시도, 창간 초기 프랑스 언론계에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또 가격을 기존의 절반 이하인 3프랑(약 4백50원)으로 하는 저가 공세를 펴 창간 첫달 하루 20만부씩 판매되는 등 큰 선풍을 일으켰다. 워낙 앵포마탱의 물량공세가 대단해 르 몽드 등 전통적 권위지들도 속수무책이었다. 이 재벌신문에 의해 당장 신문시장 판도가 뒤바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프랑스 독자들은 이내 호기심에서 빠져 나와 상식을 되찾았다.

화려한 편집과 가벼운 읽을거리 보다는 편집의 독립성과 흔들림 없는 논조를 선호하는 프랑스 독자들이 앵포마탱을 마침내 외면한 것이다. 앵포마탱은 수개월만에 판매부수가 8만부 이하로 급전직하했다.

재벌신문답게 돈을 계속 퍼부어 넣었으나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 났다. 루스레 회장은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결국 신문경영에서 손을 뗐다.

프랑스 희대의 재벌신문은 창간 2년만에 6천만프랑(약 90억원)의 적자를 내고 종말을 고했다.

그 후 제호라도 살리려고 임직원들이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냈으나 다른 어떤 재벌도 이를 인수하려 들지 않아 앵포마탱지는 끝내 공중분해되고 임직원들은 실직자가 됐다.

프랑스에서는 경영 악화로 위기에 처한 권위지에 재벌그룹이 자금지원 등 긴급수혈을 함으로써 경영에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아주 드물게 있으나 그 경우에도 편집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우익성향의 유력지 르 피가로가 전반적인 신문시장의 쇠퇴로 경영부진과 자금난에 빠지자 섬유재벌 샤르제 그룹이 지난해 말 7천만프랑(약 1백10억원)의 지원을 제의했다.

르 피가로는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를 놓고 내부진통을 겪다가 이사회에서 수용을 잠정 결정했다. 그러자 편집국 기자들이 편집의 독립성에 금이 갈 것을 우려, 기사에 이름을 달지 않는 등 항의 파업을 벌였다.

결국 샤르제그룹측은 신문 편집인 선임에 기자들의 비토권을 보장하는등 편집에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제한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이 정도를 두고도 프랑스 국민과 언론은 『르 피가로가 독립성을 잃었다』고 개탄하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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