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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잭슨 공연 현시점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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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잭슨 공연 현시점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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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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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폭력 잇달자 저지운동 확산/미 정부·언론 관심 외교사안 되기도세계적인 미국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10월 내한공연을 놓고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세계적 스타의 공연을 볼 때가 됐다』고 주장하는 그의 팬들은 이 행사가 우리 대중공연예술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것이며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일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경실련) 등 사회단체들은 어린이 성추행사건과 관련된 잭슨의 전력과 고액개런티를 이유로 공연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편집자 주>

93년부터 여러차례 추진되어온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은 지난해 3월 문체부가 태원예능(대표 정태원)에 가인가를 내주면서 본격화했다. 태원예능은 지난달 25일 마이클 잭슨과 최종계약을 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이 10월11일과 13일 두차례 개최된다고 밝혔다.

잭슨의 내한공연에는 개런티 2백만달러와 체재비 20만달러 등 모두 2백20만달러(한화 약 17억6천만원)의 경비가 들며 합창단과 무용수 밴드 분장사와 요리사, 무대제작팀 등 1백96명의 스태프가 동행한다. 태원예능은 1회공연에 7만명의 관객을 예상하고 있으며 입장료는 10만원선에서 책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침 여중 3년생이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끝에 아기를 출산한 사건이 발생하고 충남 아산의 한 마을에서 동네 어른들이 소녀가장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 등 전례없는 성추문이 연이어 터지면서 내한공연을 둘러싼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11일에는 경실련 등 49개 사회단체가 잭슨 내한공연을 반대하는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저지운동에 들어갔다.

해외공연단체에 대한 허가권(공연법 19조)을 갖고 있는 문체부는 당초 큰 하자가 없으면 허가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사회단체의 반대가 거세지자 17일로 예정됐던 결정시한을 25일 이후로 미뤘다.

잭슨의 내한공연은 때때로 한미양국의 외교사안이 되기도 했다. 93년 여름 정부의 첫 불허방침이 나온후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 포스트는 김영삼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은 별 문제가 없다』라는 언급을 대통령으로부터 받아낸 적도 있다.

이에 앞서 미국 언론은 잭슨 공연 불허가 우리 정부의 「반외세 반자본주의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며 이것이 외국인의 대한 투자기피 경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은근한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 15일 레이니 주한 미 대사가 애틀랜타로 떠나는 김영수 문체부장관을 만난 것은 문체부의 「인사차」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길륭 문체부 예술진흥국장은 『아직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에 원칙적으로 하자는 없다』고 말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잭슨의 팬이라는 진혜원씨(연세대 법학과4)는 『마이클 잭슨은 1억달러(한화 약 8백억원)를 어린이 동물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한 자선사업가다. 노래 「Heal The World」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노래도 들어보지 못한 어른들의 반대는 이기주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성·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의 반대논리도 만만치 않다. 임영신씨(26·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간사)는 『표절파동을 겪은 그룹 「룰라」를 각 방송사가 모시기경쟁을 벌이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아직 문화적인 자정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마이클 잭슨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성공만 하면 면죄부가 주어진다는 것과 같다』며 이 일이 문화계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했다.<김경희 기자>

◎찬성입장/강우석 영화감독/“우리도 이제 수용능력 충분”/대중문화 규제서 탈피 볼권리 확대를

나는 사실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열성팬은 아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잭슨의 내한공연은 수용되어야 한다.

굳이 그의 공연문제를 지난 시절 우리 영화를 묶었던 각종 규제와 심의, 검열 등의 불행한 역사와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일부 비판적 측면도 있지만 그저 이제 우리 대중문화의 전반적 수준과 여건이 외국 유명 팝스타의 방한공연 정도는 수용할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 극장가에는 노골적인 폭력과 섹스가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가 빈번하게 상영되고 있으며 대부분 그 수입가가 3백만달러(한화 약 24억원)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그를 막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자신의 선택과 판단에 의해 떳떳하게 보장받아야 할 개인의 볼 권리가 어떤 이유에서든 손상되어서는 안된다고 믿어 왔다.

나는 그간 한국영화가 관객에게 외면당한 것이 얄팍한 구경거리나 선정적 잔재미를 통해 관객에게 영합하려 한데 있다는 비판적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 그러나 또한 지난날 우리영화가 접근할 수 없었던 수많은 성역과 통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심의나 규제를 상당히 완화한 지금 한국영화의 질적인 향상은 물론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 또한 괄목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믿는다.

나는 대중문화인으로서 우리 공연문화가 진정 대중이 사랑할 수 있는 모습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나는 또한 우리 영화, 가수가 전세계에서 수천만달러의 가치를 인정받고 문화적 우수성을 마음껏 떨쳐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고 있다.

잭슨이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만으로 무대장치를 비롯한 우리 공연전반의 수준이 향상된다고는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옴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단정하기엔 우리가 이미 너무 복잡한 매체의 홍수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문화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결코 불허나 규제가 최선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이를 우리의 현실에 맞게 수용하며 나아가 우리 대중문화를 상품화해서 세계시장에 내놓는 전향적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잭슨의 음악과 취향을 달리하는 청소년들은 그의 공연을 보러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세계를 좋아하고 그의 노래를 애창하는 또다른 많은 이들은 그의 공연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 국민과 청소년의 의식수준이 이땅에 누가 오고 간다고 해서 동요하거나 흔들린다고 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자율적 선택과 판단 그리고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 공연의 관람여부를 신중하고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TV라는 축소된 세계에 살고 있는 청소년에게 열기와 감동으로 가득찬 체험을 적극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시키고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반대입장/강문규 아시아시민사회운동연구원장/“과소비·도덕불감증 부추겨”/유럽서도 거부 선진화 주장 설득 약해

우리나라는 지금 국민들이 힘을 모아 극복해가야 할 두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상수지의 적자와 과소비 풍조, 그리고 사회의 밑바닥에 독버섯처럼 번져가고 있는 청소년 대상의 성추행이라는 퇴폐풍조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 현안에 대한 극복노력은 고사하고 이를 오히려 극적으로 부추기는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 세계적으로 문제가 많은 마이클 잭슨의 한국공연 계획이다. 공연기획사 태원예능은 10월11일과 13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2회 공연을 갖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듣는 바에 의하면 이 공연이 성사될 경우 공연의 전체비용은 개런티 및 체류비 2백20만달러를 포함해 모두 4백만달러(한화 약 32억원)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 공연에 동원되는 인원은 합창단, 연주자, 무용수 등 1백90여명이고 장비의 중량도 1백20톤 가량으로 점보비행기 3대의 분량이다. 태원예능은 1회 공연에 7만여명의 관객을 예상하며 입장료는 12만원 이하로 책정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소득 1만달러에 소비 3만달러라는 낭비풍조 속에서 우리나라는 지금 국제수지 적자로 허덕이고 있으며, 일부 국민들의 과소비 풍조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쳐 공동 노력해야 하는 시점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위해 4백만달러라는 엄청난 외화를 낭비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북한 식량난을 위한 우리 정부의 2차 지원금이 3백만달러였다. 과연 그것을 훨씬 상회하는 외화를 마이클 잭슨의 공연에 써야한단 말인가.

마이클 잭슨은 이미 절정기를 넘어선 가수로 그의 앨범이나 공연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외면되고 있으며 특히 유럽에서는 그의 어린이 성추행 사건을 문제삼아 순회공연을 거부하고 있다. 이같은 때에 이 전성기가 지난 가수를 꼭 우리나라에 데려와 공연을 해야 선진국 대열에 끼일 수 있다는 말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미성년자 성추행이 경악할 만한 뉴스로 보도되고 있다. 어린이 성추행으로 피소된 경력이 있고 현재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그 표본적 문제인물을 꼭 잠실 운동장에 영웅처럼 모셔야하는가 하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가 우리 무대에 선다면 우리사회의 도덕불감증과 과소비 추방운동은 그 명분을 잃을 것이 뻔하며 특히 그의 공연시 흥분한 여학생들의 사고 역시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번 공연은 거액의 외화를 들여야하는 사항이면서 문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요 청소년단체, 시민단체들이 모두 반대하는 이 공연이 일부 공연과 관련한 방송사, 음반업계의 상업적 이윤에 입각한 로비활동으로 부추겨진 여론에 넘어가 허가된다면 그것은 우리 시민단체, 청소년단체, 종교단체 그리고 일반 시민들의 공익적 의견을 외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어떤 가수인가/80년대 팝제왕 세계평화 등 노래/93년 어린이 성추행 피소 구설수

1958년 미국 인디애나주 게리시에서 9남매중 다섯째로 태어난 마이클 잭슨은 일곱살때부터 형제 그룹「잭슨 파이브」의 리드 싱어로 활약했다. 80년 솔로로 독립한 그는 82년 세계적으로 4천만장이 팔린 두번째 음반 「THRILLER」로 일약 스타가 됐다.

이후 10여년간 팝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인종차별과 세계 평화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노래에 담아 84년 레이건 미대통령으로부터 퍼블릭 서비스상을 받기도 했다. 록평론가인 데이비드 차트메리는 『그는 80년대 초반 미국의 보수주의를 대변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잭슨은 나이가 들수록 「순수성」과 「동심」을 강조했으나 93년 어린이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조르디 챈들러군(당시 13세)의 아버지는 잭슨이 자신의 아들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이듬해 1월 잭슨이 소년측과 금전보상에 합의함으로써 마무리됐다. 그러나 최근 챈들러씨는 『마이클 잭슨이 무죄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5천만달러(한화 약 4백억원)와 음반 「HISTORY」의 판권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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