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철저한 하수관리 공해공장 이전 성과/시민 자발적 참여 환경감시 오염 발못붙여/파괴된 자연 성공적으로 살려낸 모범사례로뉴욕과 뉴저지주의 젖줄인 허드슨 강이 되살아나고 있다. 우리의 한강처럼 공장과 가정에서 쏟아붇는 오염물질로 물고기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허드슨 강이 뉴욕주 당국과 환경단체의 끈질긴 정화노력에 힘입어 옛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맨해튼 빌딩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도심 강변에서도 어른 팔뚝보다 크고 팔팔한 줄무늬 농어들이 심심치 않게 잡힌다. 배가 볼록한 기형적인 모습의 물고기들만 잡혔던 과거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허드슨 강은 60년대말만 해도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곧바로 흘러들어 악취를 뿜어대는 쓰레기 처리장과 다를 바 없었다. 당시 언론들은 「허드슨 강에서 생물이 살기 힘든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또 보건당국은 최근까지 주민들에게 이곳에서 잡은 메기등 물고기를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60년대말엔 쓰레기물◁
날로 죽음속에 빠져들던 허드슨 강을 살리자는 운동은 72년부터 시작됐다. 뉴욕주는 당시 대기정화법을 제정하며 환경보호에 강한 의지를 천명했던 연방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수질관리법을 만들었다. 주 당국은 허드슨 강 주변에 20개의 하수 처리장을 짓는 한편 강변에 들어선 공장들에 대해 정화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특히 화학물질 배출공장 업주에게는 재정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며 공장을 옮기도록 유도했다. 주 당국은 73년이후 하수도 처리시설에만 13억달러를 투입하는등 강 살리기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민간 환경단체들도 맑은 강물을 되찾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환경문제가 지구촌의 현안으로 떠오른 80년대 들면서 활동을 강화, 87년에는 주 정부가 환경보호법을 제정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중 「허드슨 리버 파운데이션」은 미국내에서도 가장 철저하게 환경을 감시하는 단체로 소문나 있다. 회원들은 능력에 따라 5∼100달러의 기금을 내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로 나선 과학자들은 매 분기마다 허드슨 강에 대한 환경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또 강변 습지에 서식하는 생물을 연구하는 단체만 10여개에 2만명이 넘는 회원을 갖고 있다. 법도 법이지만 이들의 감시활동 때문에 오염물질을 무단 방류하는 공장과 가정은 더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주말엔 낚시보트 수놓아◁
민과 관의 공동 노력에 힘입어 허드슨 강은 3∼4년전부터 눈에 띄게 회복조짐을 보였다. 유독성 오염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은 70년대말의 3PPM에서 현재는 무시해도 좋을 만큼 낮아졌다. 강에서 살고 있는 어류도 206종으로 늘어났다. 줄무늬 농어의 경우 10년전의 20만마리에서 지금은 200만마리로 급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말이면 원색의 낚시 보트들이 허드슨 강을 수놓고 있다.
30년동안 이 강에서 고기를 잡아온 조지 쿠체라씨(54)는 『허드슨 강이 이처럼 맑았던 적이 없다. 고기들도 모양새 좋게 살쪄 있고 싱싱하다』고 기뻐했다. 독립기념일인 4일에는 강 상류의 뉴욕주 웨스트 체스터 카운티 당국이 30년동안 피부접촉도 가능한 삼가하도록 했던 크로튼 포인트 파크 일대 수역에서 수영을 해도 좋다고 허가했다.
허드슨 강을 되찾겠다는 뉴욕주의 노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조지 파타키 주지사는 최근 뉴욕주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5억달러에 달하는 지방채를 발행할 것을 제안했다. 향후 40년동안 주민들에게 매년 5달러의 부담을 주게 될 그의 제안은 8월 주의회의 승인를 받을 경우 11월 주민투표에 부쳐진다. 허드슨 강가 픽스킬에서 자란 파타키 주지사는 『뉴욕주가 직면한 환경문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한시바삐 막대한 돈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바닥 오염물질은 여전◁
뉴욕주는 15억달러중 상·하수도 개선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할 계획이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상수도관 교체에 3억달러를, 새로운 하수처리장 건설에 2억달러를 투입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폐허가 되다시피한 허드슨 강 주변의 공장 부지를 가꾸는데 2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들 부지에 무공해 공장을 유치하거나 아니면 주민들에게 강변의 아름다움을 되돌려 줄 방침이다. 앞서 뉴욕주는 지난달 허드슨 강변을 정화하기 위해 지방채와는 별도로 3년동안 4,300만달러를 투자키로 한 바 있다.
허드슨 강은 인간들이 멋대로 파괴했던 자연을 성공적으로 되살린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강 역시 겉으로만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을 뿐 훼손됐던 자연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제프린 레빙톤 뉴욕주립대 교수는 『허드슨 강 바닥에는 여전히 오염물질이 쌓여 있다. 이 강은 자연을 살리려는 인간의 노력에 자연이 어떻게 답하는 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고 주장했다.
◎허드슨강 연원/500㎞ 흘러 대서양 유입 한강보다 약간 길어/1609년 영 허드슨 발견 주민들 “마음의 고향”
허드슨 강은 뉴욕주 북동쪽 아드론덱 산맥 부근의 레이크 티어 호수에서 발원해 뉴욕 맨해튼 남단의 배터리 파크까지 500㎞를 흐르다 대서양으로 유입된다. 한강보다 조금 더 긴 강이다. 뉴욕주 트로이에 있는 페더럴 댐을 기준으로 위쪽 240㎞는 내륙의 강물이지만 그 아래 부분은 대서양이 육지로 만입한 내포로 간만의 차가 있다. 이 강은 줄무늬 농어등 산란을 위해 내륙 강물로 이동하는 해양 어류와 각종 양서류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허드슨 강은 1609년 영국인 헨리 허드슨이 발견했으며 강줄기를 따라 탐험했던 그의 이름을 따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뉴욕주는 물론 뉴저지주의 생명수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강은 미국의 역사와 전통이 서려 있으며 주민들이 마음의 고향이라고 여길 만큼 상징성을 갖고 있다.
허드슨 강은 빙하시대 말기에 형성돼 강변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절경을 이룬다. 강 주변에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진 수많은 호수도 주민들의 안락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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