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방법 수용 풀어쓰기 작업 활발/한국수학사학회 10월 관련심포 갖기로「유클리드의 원론」은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지만, 그것에 살을 붙인 각종 수학이론서는 일반의 관심과 동떨어져 있다. 수학은 실생활과 거리가 먼 보수학문이자 대학입시만 끝나면 내팽개치는 애물단지다. 그 「딱딱하고 난해한」 학문이 대중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현대수학자들은 종래의 배타적 경계를 허물고 인문학의 접근방식을 수용, 수학을 「읽히는」 학문으로 탈바꿈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서점엔 알기 쉽게 풀어쓴 수학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대학에선 철학, 역사와 접목된 수학강의가 행해진다.
국내에선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학회도 이런 조류에 가세하고 있다. 역사의 관점에서 수학을 탐구하는 수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수학사학회(회장 이창구 한양여전학장)는 10월에 숙명여대에서 수학자와 인문학자, 일선 수학교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수학의 대중화와 인문학과의 연계성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수학계에서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분야는 크게 수학사, 수리철학, 수학기초론, 수학교육학등의 갈래로 나뉜다. 산술적 계산과 공리의 관념적 검증에 머물러 온 수학을 안쪽이 아니라 바깥에서 바라보자는 시각이다. 수학이 하나의 공리체계로 다듬어져 나오기까지 문화적, 사회적 배경은 무엇이며, 각각의 수학지식에는 어떤 철학적 전제가 있는가를 탐구하는 게 기본목표다. 예를 들면 수학사는 뉴턴의 미적분학을 유럽의 지정학적 배경을 토대로 풀이한다. 당시 스페인과 해양패권경쟁을 벌이던 영국은 스페인을 제치기 위해 항해술을 발달시켜야 했고 그러자면 행성의 운동법칙을 정확히 규명해내야 했다. 이런 국가차원의 「필요」에 의해 미적분학이 태동했다.
크기는 없는데 공간상 위치는 갖는 유클리드의 「점」, 현실세계에 있지도 않은 마이너스의 수(음수)나 0의 수는 어디서 나왔을까. 「4+3=7」이라는 수학적 공식은 선험적인 것일까, 단추 세 개와 네 개를 연결했더니 7개가 되는 것을 알게 된 경험적 원칙일까. 수리철학이나 수학기초론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수학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다. 교양과목 「수학의 이해」를 강의하고 있는 서경대 박창균 교수(응용수학과)는 『수리철학은 가르치는 사람에게 연구-교수방법을 반성케 하고, 학습자에게는 수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창의력을 북돋워 준다』며 『수학을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파악하는 작업은 수학과 대중의 간격을 좁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수학의 위대한 순간들」 「수학적 경험」 「수학, 새로운 황금시대」(이상 경문사간)등을 번역, 소개해 온 광운대 허민 교수(수학과)는 『인문학의 관점에서 풀어쓴 수학책들은 수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논리적 사고방식을 확산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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